휴가가 끝이 났다. 암울했지만 나름 알찼던 1주일. 정리해 보자.
#월요일
아침 일찍 학교 도서관으로 향했다. 두달 전 구입한 넷북을 이쁘게 설치하고 약 10시부터 죽치고 앉아 있었다. 물론 혹시나 모를 분실에 대비해 '락' 을 걸어 놓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 뭔가 있어 보여 좋다. 토요일 과음으로 인해 일요일 밥을 한 끼 밖에 못 먹었더니 뱃 속에서 개구락지가 미친듯이 노래를 불러댔다. 꿰웨웩, 꾸우우욱. 화공과 절정 꽃미남 전정환씨와 고려대학교 모델의 대표주자 김상곤씨와 함께 교직원 식당에서 밥을 먹고 다시 들어와 앉았다. 자소서(!)를 열나게 쓰다가 다시 밥. 당구 한게임 치고 집에 가려니 시간이 너무 아깝게 느껴졌다. 다음날 아침은 큰 마음 먹고 등록한 파고다 1:1 다이렉트 잉글리시 수업 하는 날. 자고 갈라 했더니만 제길슨, 교재를 안가져 왔다. 집으로 출발, 11시 도착. 빈둥거리며 쉬다가 12시 반쯤 자리에 누웠는데 오랜만에 당구장에서 쳐마신 커피 속 카페인의 각성작용으로 인해 똘망똘망한 어린아이의 눈을 보는 것 처럼 뇌 속이 참으로 맑다-_- 선풍기의 한시간 타이머가 멈출 때 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대략 2시 넘어서 잠이 들었다.
#화요일
5시 15분 기상. 비싼 학원이란 걸 아시는 어머니는 혹시나 아들놈의 새끼가 잠을 쳐자다가 시간을 놓칠까 겁이 나셨는지 그 이른 시간에 손수 깨우러 방으로 들어 오셨다. 우유에 콘푸레이크를 대충 타 먹고 집을 나섰다. 어머니의 측은한 눈빛이 레이저 광선처럼 뒤통수에 꽂히는 것이 강하게 느껴졌다. 수면 시간이 3시간 밖에 되질 않아 지하철에서 신문을 읽지 않고 잠을 자려 애썼다. 그런데 니미럴, 카페인의 각성작용이 아직도 뇌를 짓누른다. 눈을 감고 잔잔한 음악으로 뇌를 달래봤지만 이미 카페인에 취해 정신없는 뇌는 지하철의 문이 여닫는 소리 뿐만이 아니라 반대쪽에 앉은 사람의 소곤거리는 한 마디도 놓치지 않고 받아 들이고 있었다. 그 상태로 사당을 지나 강남역에 내렸다. 시간은 조금 여유가 있고 배가 너무 고파 편의점에서 칼로리 바란스 하나와 바나나 우유를 사 먹었다. 편의점 안에 먹을 수 있는 곳이 없어 따가운 햇살이 빌딩 사이에 걸쳐 있을 때 쯤, 그 기운을 정면으로 받으며 길바닥에서 좀비처럼 뜯어 먹었다. 학원을 마치고 다시 학교로. 이 날은 시간이 너무 아까워 전정환씨 집에서 잠을 청했다. 오후 내내-_- 자소서 수정.
#수요일
7시에 일어나 짐을 싸려 했건만, 전날 3시 반쯤 취침한 관계로 9시 기상. 더 일찍 잘 수 있었는데 고대 천박사 부현씨가 뜬금없이 술 한잔 하자는 바람에 나가서 정말 딱 두 잔만 하고 왔다. 내가 양주를 정말 못 마신다. 다음날 일어나 핸드폰을 보니 4시쯤에 이 놈이 전화를 했었더만. 그 뒤에 온 문자에는 "내가 한 병 더 살게. 나와" 무슨 대학원생이 직장인보다 돈이 많다. 결국 9시에 일어나 슬금슬금 꽃미남 전정환씨가 코디 해 준 옷을 입고 도서관에 자리를 잡았다. 검은색 츄리닝 바지, 맨 발에 꺽인 운동화, 목이 약간 늘어질 기미가 보이는 하늘색(?) 라운드 티. 고맙다 전정환씨. 이날 저녁엔 친구와 약속이 있어서 강남역으로 6시쯤 출발했다. 영어 스터디 리더와 우연찮게 만나서 나는 반갑게 인사를 했는데 그 분은, 나를 가만히 쳐다만 봤다. 다음주 스터디 때 물어봐야겠다. You didn't tell me anything last week, did you? why? Are you surprised at my face?(그 분은 나한테 좀비를 닮았다고 했었다) 친구와 저녁을 후딱 먹고 집으로 왔다.
#목요일
아침 5시 기상. 영어 학원 가는 날이다. 집을 나설 때 쯤 어머니가 일어나 뭐 챙겨 먹었냐고 물었다. 괜히 삐져서 집을 나섰다. 휴가도 절반이 지났다는 생각에 우울했다. 학원을 마치고 다시 학교로. 복습을 하고 단어를 좀 뒤적이다가 밥을 먹고 다시 들어와 앉아 있는데 내 모습이 그렇게 처량할 수가 없다. 맨큐의 경제학을 펼쳐 놓고 읽다가 잠이 들었다. 요즘 속이 안좋아서 방귀가 수시로 분출되는데 행여나 잠이 든 상태에서 나도 모르게 뽀옹 하며 쌍바위골의 비명을 내지를까봐 지난 3일 내내 억지로라도 도서관에서의 잠을 참은 상황이었다. 옆 자리 학생의 핸드폰 진동 소리에 내가 놀라 엎어져 있던 등이 직각으로 곧게 펼쳐졌다. 나보다 옆 학생이 더 놀랐을 듯. 오늘은 아니다 싶어 전정환씨 꼬셔 당구 한 게임 치고 책을 조금 더 보다가 7시쯤 집으로 향했다. 괜시리 몸이 너무 지치는 것 같아 집에 도착한 뒤 영화를 다운 받아 히스코모리처럼 방안에 쳐박혀 연이어 두 편을 본 뒤 잠이 들었다. 내일은 6시에 일어나 학교 가야지, 하면서.
#금요일
6시에 눈을 떴다. 아, 도저히 못일어나겠다. 알람을 15분 뒤로 다시 맞춰 놓고 잠이 들었다. 알람 소리를 못들었는지 꽤 멀리 떨어진 안방에서 어머니가 소리를 듣고 방으로 오셨다. "너 더 자라. 병나겠다" 그 와중에 "아니야, 나 7시쯤 일어나서 가면 돼" 하고 알람을 다시 맞추고 잠이 들었다. 눈을 떴다. 11시가 훌쩍 넘은 시간. 비틀거리며 마루로 나와 보니 작은 쪽지가 보였다. "오늘은 좀 쉬어라" 로 시작한 어머니의 짤막한 쪽지에 괜시리 울컥, 식탁 위에는 갖가지 반찬이 정갈나게 차려져 있었다. 한 번에 다 먹고 싶은데 젓가락질이 귀찮아 큰 그릇에 밥을 쑤셔 넣고 반찬을 넣은 뒤 비볐다. 순창 고추장과 참기름도 함께 했다.
참기름은 비싸서 그런지 어렸을 적 부터 밥에 비비는 양의 조절 권한은 언제나 엄마에게 있었다. "김치 넣어, 계란도 넣고, 고추장 넣었어? 그럼 이제 숟가락 대" 다른건 몰라도 참기름은 반드시 엄마가 따라주는 것을 숟가락에 받아 넣곤 했었는데 행여 손가락이나 손목의 까딱하는 실수로 예상 보다 많이 흘러나왔을 경우엔 "아이구 아까워라 아까워라" 하면서 누나의 밥그릇에 내 숟가락 위에 놓여 있던 참기름의 절반을 부어 버리곤 했다. 내 나중에 커서 참기름과 밥의 양을 1:1로 만들어 비벼 먹으리라, 고 다짐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는데 막상 참기름을 혼자 따라 밥을 비벼 먹을 나이가 되니 왠지 어색하다. 듬뿍 비벼대고 싶지만 엄마가 조절해 준 양 이상을 따르고 나면 괜시리 죄책감이 들어 밥을 한스푼 떠넣거나 반찬을 더 넣어 중화시킨다. 역시 조기 교육이 참으로 무섭다.
하여튼, 역시나 히스코모리처럼 책상에 앉아 밥을 꾸역꾸역 입으로 밀어 넣으며 영화를 몇 편 봤다. 화공과 절정 꽃미남 전정환씨의 안목은 역시나 최고. 그렇게 시간을 때우다 저녁에 회사 사람을 만나 간단히 소주 한 병 하고 들어왔다. 다음날, 토익 시험이 있었다.
이렇게 휴가가 끝이 났다. 토익 시험 날도 참 엿 같은 일이 있었는데 관련 내용은 다음에. 직장인에게 1년에 한 번 있는 방학이 끝이 났다. 알차게 보낸건지, 우울하게 보낸건지 확실치 않다. 되도 않는 걸 하겠다고 앉아서 재충전의 시간을 도서관의 에어컨 바람에 날려 보낸 걸지도. 우울해진다. 제길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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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좋은 곳으로 옮기는 모양인가보네.
나도 매일 고3생활하니 요새 흰머리나더라.으악~
난 14일날 텝스친다.
둘 다 잘 되어 와인 졸라 먹어보자~
옮기긴 뭘... 발악을 하는 거지 ㅋㅋㅋㅋ
너도 요즘 공부하냐?? 회사 일 때문에 바쁜겨?ㅋ
텝스라고 하는거 보니깐 뭐 있나 보구나 ㅋㅋ
그래. 와인 먹고 한 번 취해보자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