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하계 휴가

일상 2010년 08월 09일 18시 23분

휴가가 끝이 났다. 암울했지만 나름 알찼던 1주일. 정리해 보자.

#월요일
아침 일찍 학교 도서관으로 향했다. 두달 전 구입한 넷북을 이쁘게 설치하고 약 10시부터 죽치고 앉아 있었다. 물론 혹시나 모를 분실에 대비해 '락' 을 걸어 놓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 뭔가 있어 보여 좋다. 토요일 과음으로 인해 일요일 밥을 한 끼 밖에 못 먹었더니 뱃 속에서 개구락지가 미친듯이 노래를 불러댔다. 꿰웨웩, 꾸우우욱. 화공과 절정 꽃미남 전정환씨와 고려대학교 모델의 대표주자 김상곤씨와 함께 교직원 식당에서 밥을 먹고 다시 들어와 앉았다. 자소서(!)를 열나게 쓰다가 다시 밥. 당구 한게임 치고 집에 가려니 시간이 너무 아깝게 느껴졌다. 다음날 아침은 큰 마음 먹고 등록한 파고다 1:1 다이렉트 잉글리시 수업 하는 날. 자고 갈라 했더니만 제길슨, 교재를 안가져 왔다. 집으로 출발, 11시 도착. 빈둥거리며 쉬다가 12시 반쯤 자리에 누웠는데 오랜만에 당구장에서 쳐마신 커피 속 카페인의 각성작용으로 인해 똘망똘망한 어린아이의 눈을 보는 것 처럼 뇌 속이 참으로 맑다-_- 선풍기의 한시간 타이머가 멈출 때 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대략 2시 넘어서 잠이 들었다.

#화요일
5시 15분 기상. 비싼 학원이란 걸 아시는 어머니는 혹시나 아들놈의 새끼가 잠을 쳐자다가 시간을 놓칠까 겁이 나셨는지 그 이른 시간에 손수 깨우러 방으로 들어 오셨다. 우유에 콘푸레이크를 대충 타 먹고 집을 나섰다. 어머니의 측은한 눈빛이 레이저 광선처럼 뒤통수에 꽂히는 것이 강하게 느껴졌다. 수면 시간이 3시간 밖에 되질 않아 지하철에서 신문을 읽지 않고 잠을 자려 애썼다. 그런데 니미럴, 카페인의 각성작용이 아직도 뇌를 짓누른다. 눈을 감고 잔잔한 음악으로 뇌를 달래봤지만 이미 카페인에 취해 정신없는 뇌는 지하철의 문이 여닫는 소리 뿐만이 아니라 반대쪽에 앉은 사람의 소곤거리는 한 마디도 놓치지 않고 받아 들이고 있었다. 그 상태로 사당을 지나 강남역에 내렸다. 시간은 조금 여유가 있고 배가 너무 고파 편의점에서 칼로리 바란스 하나와 바나나 우유를 사 먹었다. 편의점 안에 먹을 수 있는 곳이 없어 따가운 햇살이 빌딩 사이에 걸쳐 있을 때 쯤, 그 기운을 정면으로 받으며 길바닥에서 좀비처럼 뜯어 먹었다. 학원을 마치고 다시 학교로. 이 날은 시간이 너무 아까워 전정환씨 집에서 잠을 청했다. 오후 내내-_- 자소서 수정.

#수요일
7시에 일어나 짐을 싸려 했건만, 전날 3시 반쯤 취침한 관계로 9시 기상. 더 일찍 잘 수 있었는데 고대 천박사 부현씨가 뜬금없이 술 한잔 하자는 바람에 나가서 정말 딱 두 잔만 하고 왔다. 내가 양주를 정말 못 마신다. 다음날 일어나 핸드폰을 보니 4시쯤에 이 놈이 전화를 했었더만. 그 뒤에 온 문자에는 "내가 한 병 더 살게. 나와" 무슨 대학원생이 직장인보다 돈이 많다. 결국 9시에 일어나 슬금슬금 꽃미남 전정환씨가 코디 해 준 옷을 입고 도서관에 자리를 잡았다. 검은색 츄리닝 바지, 맨 발에 꺽인 운동화, 목이 약간 늘어질 기미가 보이는 하늘색(?) 라운드 티. 고맙다 전정환씨. 이날 저녁엔 친구와 약속이 있어서 강남역으로 6시쯤 출발했다. 영어 스터디 리더와 우연찮게 만나서 나는 반갑게 인사를 했는데 그 분은, 나를 가만히 쳐다만 봤다. 다음주 스터디 때 물어봐야겠다. You didn't tell me anything last week, did you? why? Are you surprised at my face?(그 분은 나한테 좀비를 닮았다고 했었다)  친구와 저녁을 후딱 먹고 집으로 왔다.

#목요일
 아침 5시 기상. 영어 학원 가는 날이다. 집을 나설 때 쯤 어머니가 일어나 뭐 챙겨 먹었냐고 물었다. 괜히 삐져서 집을 나섰다. 휴가도 절반이 지났다는 생각에 우울했다. 학원을 마치고 다시 학교로. 복습을 하고 단어를 좀 뒤적이다가 밥을 먹고 다시 들어와 앉아 있는데 내 모습이 그렇게 처량할 수가 없다. 맨큐의 경제학을 펼쳐 놓고 읽다가 잠이 들었다. 요즘 속이 안좋아서 방귀가 수시로 분출되는데 행여나 잠이 든 상태에서 나도 모르게 뽀옹 하며 쌍바위골의 비명을 내지를까봐 지난 3일 내내 억지로라도 도서관에서의 잠을 참은 상황이었다. 옆 자리 학생의 핸드폰 진동 소리에 내가 놀라 엎어져 있던 등이 직각으로 곧게 펼쳐졌다. 나보다 옆 학생이 더 놀랐을 듯. 오늘은 아니다 싶어 전정환씨 꼬셔 당구 한 게임 치고 책을 조금 더 보다가 7시쯤 집으로 향했다. 괜시리 몸이 너무 지치는 것 같아 집에 도착한 뒤 영화를 다운 받아 히스코모리처럼 방안에 쳐박혀 연이어 두 편을 본 뒤 잠이 들었다. 내일은 6시에 일어나 학교 가야지, 하면서.

#금요일
6시에 눈을 떴다. 아, 도저히 못일어나겠다. 알람을 15분 뒤로 다시 맞춰 놓고 잠이 들었다. 알람 소리를 못들었는지 꽤 멀리 떨어진 안방에서 어머니가 소리를 듣고 방으로 오셨다. "너 더 자라. 병나겠다" 그 와중에 "아니야, 나 7시쯤 일어나서 가면 돼" 하고 알람을 다시 맞추고 잠이 들었다. 눈을 떴다. 11시가 훌쩍 넘은 시간. 비틀거리며 마루로 나와 보니 작은 쪽지가 보였다. "오늘은 좀 쉬어라" 로 시작한 어머니의 짤막한 쪽지에 괜시리 울컥, 식탁 위에는 갖가지 반찬이 정갈나게 차려져 있었다. 한 번에 다 먹고 싶은데 젓가락질이 귀찮아 큰 그릇에 밥을 쑤셔 넣고 반찬을 넣은 뒤 비볐다. 순창 고추장과 참기름도 함께 했다.
참기름은 비싸서 그런지 어렸을 적 부터 밥에 비비는 양의 조절 권한은 언제나 엄마에게 있었다. "김치 넣어, 계란도 넣고, 고추장 넣었어? 그럼 이제 숟가락 대" 다른건 몰라도 참기름은 반드시 엄마가 따라주는 것을 숟가락에 받아 넣곤 했었는데 행여 손가락이나 손목의 까딱하는 실수로 예상 보다 많이 흘러나왔을 경우엔 "아이구 아까워라 아까워라" 하면서 누나의 밥그릇에 내 숟가락 위에 놓여 있던 참기름의 절반을 부어 버리곤 했다. 내 나중에 커서 참기름과 밥의 양을 1:1로 만들어 비벼 먹으리라, 고 다짐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는데 막상 참기름을 혼자 따라 밥을 비벼 먹을 나이가 되니 왠지 어색하다. 듬뿍 비벼대고 싶지만 엄마가 조절해 준 양 이상을 따르고 나면 괜시리 죄책감이 들어 밥을 한스푼 떠넣거나 반찬을 더 넣어 중화시킨다. 역시 조기 교육이 참으로 무섭다.
하여튼, 역시나 히스코모리처럼 책상에 앉아 밥을 꾸역꾸역 입으로 밀어 넣으며 영화를 몇 편 봤다. 화공과 절정 꽃미남 전정환씨의 안목은 역시나 최고. 그렇게 시간을 때우다 저녁에 회사 사람을 만나 간단히 소주 한 병 하고 들어왔다. 다음날, 토익 시험이 있었다.

이렇게 휴가가 끝이 났다. 토익 시험 날도 참 엿 같은 일이 있었는데 관련 내용은 다음에. 직장인에게 1년에 한 번 있는 방학이 끝이 났다. 알차게 보낸건지, 우울하게 보낸건지 확실치 않다. 되도 않는 걸 하겠다고 앉아서 재충전의 시간을 도서관의 에어컨 바람에 날려 보낸 걸지도. 우울해진다. 제길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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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덕현 2010년 08월 10일 17시 14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디 좋은 곳으로 옮기는 모양인가보네.
    나도 매일 고3생활하니 요새 흰머리나더라.으악~
    난 14일날 텝스친다.
    둘 다 잘 되어 와인 졸라 먹어보자~

    • 원씨 2010년 08월 11일 00시 09분  댓글주소  수정/삭제

      옮기긴 뭘... 발악을 하는 거지 ㅋㅋㅋㅋ
      너도 요즘 공부하냐?? 회사 일 때문에 바쁜겨?ㅋ

      텝스라고 하는거 보니깐 뭐 있나 보구나 ㅋㅋ

      그래. 와인 먹고 한 번 취해보자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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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계획

일상 2010년 07월 22일 00시 22분
 여름 휴가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다른 회사와 달리 8월 첫째주, 일주일 동안 전 공장과 회사가 shut down 하는(미안 현업생기 동기들아.. 너네, 휴가때도 못쉰다며-_-) 우리 회사의 휴가 기간은 참으로 매력적이다. 30일 저녁부터 시작, 토일을 쉬고 본격적인 휴가기간인 월~금, 마지막으로 토, 일 더 쉬고 8월 9일 출근. 근데 벌써부터 8월 8일 밤, 개그 콘서트를 본 뒤 어찌 잠을 이룰까, 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한 번 겪어 봤다고 이제야 현실을 조금씩 깨달아 간다. 현실은 쉽지 않다. 제길슨.
 
 정신없던 6월을 지나 '행동' 하자던 7월을 맞이했다. 그리고 다가 온 일주일의 온전한 나만의 시간. 정말 알차게 쓰기 위해 계획을 한 번 짜 봤다.

1. 독서
 6월 한 달 동안 읽은 책이 달랑 한권이다. 경제쪽에 관심을 두고 책장을 뒤지고 뒤져 경제 관련 서적을 몽땅 책상 위에 올려 놓으니 참으로 높다. 책장을 펼쳐 보는데 새롭다. 책을 읽어도 읽는게 아니었는지 나의 독서 방법에 대한 진한 회의론을 들이 마시며 하나하나 정리해 봤다. 내가 이걸 대체 언제 다 읽었었지-_-
 '대한민국 경제학에게 길을 묻다' 를 시작으로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나쁜 사마리아인들' '경제 상식사전' '부동산 상식사전' '주식 경제 상식사전' '지금 당장 환율 공부 시작하라' '한국인을 위한 경제학' '인간의 경제학' '최진기의 생존경제'
 이 정도면 밀린 독서 다 채울 수 있겠지? 후훗

2. 공부
 7월 25일 토익이 끝났는데 신기하게 8월 7일에 또 토익이 있다. 이건 뭐지, 했는데 한국에서 만든 토익이란다. 첫 회 시험의 프리미엄! 쉽게 나오지 않을까, 싶어 신청. 요즘 LC는 잘나오는데 점점 RC가 떨어져 점수가 올라갈 생각을 안한다. 일주일간, RC그냥 미친듯이! 성문기본영어 중학교때 마스터한 그 실력 그냥! 확!
 더해서 8월 말에 있을 TESAT 시험 공부를 일주일간 증말 빡쎄게 해야겠다. 시간이 부족하다. 학교 도서관에서 새로 구입한 넷북 이쁘게 열어 놓고 츄리닝 바지 찍찍 끌으며 복학생 모드 변신.

3....
 아씨, 더 이상 없다-_-

 그래, 이정도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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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덕현 2010년 07월 23일 13시 48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원씨. 혹시 이 블로그 나만 볼 수 있게 해 놓았나?ㅋㅋ

    그려. 서로 잘 되어 술 한 잔 아니라 수 백 잔이라도 하고 싶다. ㅋㅋ
    추리닝에 동네 도서관에서 아거들 혹은 영감들 속에 있으면 뿌듯하기도 하고, 젊어지는 기분이더라.ㅋㅋ
    결혼하기 전에 하고 싶은 공부, 여행 등 원없이 했으면 좋겠네.~
    Go Go Go~

    • 원씨 2010년 07월 30일 13시 52분  댓글주소  수정/삭제

      내 블로그를 찾아주는 사람이 점점 줄고 있....

      선아 누나 결혼이 아마 다음 모임이겠군 ㅋㅋㅋ 과연 YEHS가 몇 명이나 올지! 휴가 잘 보내고! 난 담주부터 휴가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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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티

원씨 2010년 07월 20일 00시 55분
 나름 이것저것 준비한답시고 근래 들어 바쁘게 살다 보니 시간이 빨리 가는 듯 하다. 허나 손에 잡히는 것은 없고 해야 할 것은 많고. 그러다 보니 또 이것저것 추가로 할 일이 생겨나고 시간은 더욱 빨리 가는데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없고. 악순환인가.
 여튼간에 집에 돌아와 문제집(응?) 펼쳐 놓고 열나게 풀고 맞추고 하다가 밑줄 그으며 책 보고 비싼 돈 들여 신청한(공동 구매로 반값에 했다. 잇힝) 강의 들으랴, 관련 책 읽으랴, 더해서 건강을 챙기는 엣지있는(!) 사람이 되어보자며 한동안 끊었던 운동도 다시 하고 나면 벌써 이 시간이다. 트윗질 좀 해주다가 자기 전에 아까 들었던 강의와 관련된 내용의 책을 읽고 자려고 펜을 들다가 멈칫했다.
 아씨, 그럼 내가 내 생각을 할 시간은 대체 언제지-_- 꼴 떨고 있네! 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오로지 나에 대한 생각을 할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가치 판단' 과도 비스무리 한데 내가 어떤 사건을 바라보며 정리하는 나의 견해는 그냥 '들은 것, 읽은 것' 일 때가 많다. "누가 사무실에 똥을 쌌다더라!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미친 행동이야!" 라고 들은 사건에 대해 그냥 듣고 넘기는 것 보다는 '똥을 왜 쌌을까, 나라면, 왜 그럴 수 밖에 없었을까' 등 들은 얘기 다 버리고 내가 평소 갖고 있던 생각과 연결 고리를 맞춰 나가며 나만의 논리를 찾는 일은 중요한 일이다. 나를 알아가는 과정(응?), 혹은 진정 내가 생각하고 말하는 것이 나의 생각인지, 아니면 앵무새처럼 따라하는 것인지를 판가름 할 수 있다. 해보면 알겠지만, 생각의 전개가 두 갈래, 세 갈래 이상 가기 어렵다. 하다 보면 내가 정말 아는게 개뿔, 쥐뿔도 없구나 라는 생각에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이거 은근 어렵다-_-

 암튼, 요 근래 열심히 뛰어 다녔더니 그냥 책 보는 기계가 되어 가는 듯 하다. 뇌야 어지럽게 움직이고 있겠지만 괜시리 나 자신은 움직이지 않는 듯한 장근석 고3병 같은 생각에 센티해지는 걸 보니 시간이 많이 늦었나 보다. 그래서 결론은, 꼴 떨지 말자-_- 그냥 공부나 열심히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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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덕현 2010년 07월 20일 09시 13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래. 정말 회사 생활 특히 이공계열 중에서도 연구직은 정말 '왜'라는 것을 늘 생각해야 발전할 수 있지용~ 나 역시 대학졸업하고, 여기에 와서 학부때 습관처럼 받아들이기만 했던 지식을 활용해서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 가장 힘드네. 우리 선배의 말이지만, 자신의 생각을 노트에 적어 나가면 정리도 되고, 다음에 또 보게 되면 항상 질문을 던질 수 있다고 하네. 어떤 일이든 열심히 하고 잘 할 수만 있다면 난 소원이 없네.ㅋㅋ

    • 원씨 2010년 07월 22일 00시 23분  댓글주소  수정/삭제

      ㅋㅋㅋ나도 마찬가지. 어떤 일이든 잘하고 싶다;;;
      그게 마음대로 안되서 그렇지 ㅠㅠ

      뭐든 일에 '왜' 라는 물음을 던지는게 참으로 힘들더라구. 그만큼 내가 아는것도 없는거 같고...

      그나저나 우리 언제 술한잔 해야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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