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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5/13 기다림의 미학? (7)
  2. 2008/05/11 하루 하루

기다림의 미학?

원씨 2008/05/13 16:43
 삼국유사에 따르면 신라 시대의 김제상이라는 사람이 업무상 일본으로 출장을 갔다가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고 한다. 결국 하염없이 그를 기다리던 그의 부인은 바다를 바라보다 움찔, 돌로 변하게 되었는데 이를 '망부석' 이라고 부르게 되었대나 어쨌대나. 어찌보면 그녀의 갸륵한 사랑과 일편단심 민들레와 같은 마음에 감복해 행여 헤어지려는 누군가에게 "망부석을 보아라" 라며 역성을 낼 수도 있겠지만 요즘같은 시대에 이런 옛날 이야기로는 그닥 씨알이(?)가 먹힐 것 같지는 않다. 어쨌든,
 강남역 6번출구 앞, 지오다노 앞, 씨티극장 앞, 혜화역 4번 출구 앞, 종로역 어디어디 앞, 그리고 중앙역 구 나이키 앞, 구 장승(현 노벨), 삼통앞, 행운마트 앞, 등등에 가보면 옹기종기, 또 다른 누군가를 기다리는 많은 이들이 엉켜있다. 멀거니 서서 음악을 듣던,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일행을 찾건, 각양각색의 그들은 만날 이들과 앞으로 하게 될 어떠한 '행위'를 기대하며 그렇게 지구 중력을 이겨가며 연골에 힘을 주고 발을 내딛는다.
 기다림. 그 기다림의 끝이 오기 전까지, 즉 누군가를 만난다거나 혹은 연락을 기다렸던 문자나 전화가 한 통 온다거나 하는 행위의 완료 전까지 기다림의 당사자는 오지게도 많은 상상과 사례를 이어가며 그에 따라 수만가지의 감정 기복을 경험하게 된다. 단순히 생각하면 별 것 아닌 말과 문자에 수만가지 사례를 접목시켜 짧은 시간 동안 엄청난 양의 뇌속 뉴런들이 물결치게 되고 그로 인한 집중력 저하와 '멍' 해 져 버리는 태도는 조금 볼쌍 사납기도 허다.
 하지만 그런 순수한 감정이 나는 좋다. 인간이 인간에게 느끼는 묘한 매력에 이끌려 자신의 감정을 능숙하게 컨트롤 하지 못하는 것이야 말로 바보 칠푼이들이 하는 짓이라 할지도 모르겠지만 적당한 수준의 감정>이성 현상은 삶을 웃음짓게 하는, 그리고 밝게 만드는 구동력은 아닐까나.
 그렇게 기다림을 통해 설레임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다. 그만큼, 좋은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고 그리고 내 볼에 홍조를 띠게 만드는 사람 역시, 있었으면 좋겠다. 그때의 그 기다림을 '기다림의 미학(?)' 이라고 부를 수 있지는 않을까. 개뿔, 거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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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방문자 2008/05/13 22: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2. lim 2008/05/14 01: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옛날옛적에 저는 그 기다림이 좋아서,
    기다리던 사람이 정작 나타났을때 실망한 적도 있어요 ㅋ ㅋ

    3일간의 공사가 끝나고 내일 도서전이 개막을 해요
    유후~!

    • 원씨 2008/05/14 02:15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 도서전~
      가야지요~ㅎㅎ 가면 책 좀 싸게 살 수 있나요?ㅋㅋ
      요즘 돈이 부족해서 책 살 돈이...ㅎㅎㅎ
      아무튼, 도서전에 저 참석이요~ㅎㅎ

  3. 비밀방문자 2008/05/15 00: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4. 훈모 2008/05/16 14: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구 중력을 이겨가며 연골에 힘을 주고 발을 내딛는다."

    표현 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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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하루

일상 2008/05/11 02:56
 그제 새벽 늦게까지 술과 함께 한 뒤 도저히 눈을 뜨기가 힘든 아침 1교시를 앞두고 진뷁 조교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심 출석을 안불러주기를 바랐건만 냉정한 "출석 부를거야. 빨리 와" 라는 말이 자명종 소리보다도 또렷하게 귓전을 때렸다. 함께 밤을 지샌 친구들과 부랴부랴, 모자로 떡진 머리카락과 쩐내를 감추고 담배내와 홀아비 냄새가 밴 츄리닝 바지와 외투를 걸치고 강의실로 들어섰다. 그렇게 12시까지 수업을 마치고 순대국으로 쓰린 속을 해장하고 나니 골골 거리는 뱃속의 소리가 정상적인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듯 보였다. 못다한 당구 한 게임을 친 뒤 방으로 들어와 오늘 있었던 세미나 발표 자료를 다듬었다. 47장의 시트 하나하나에서 해야 할 이야기를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지난 수 년간 관심이 있던 주제였기에 따로 대본을 만들 필요는 없었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피곤했다.

 10시쯤 눈을 떴다. 발표 자료를 한 번 더 다듬고 우유와 카스테라, 고구마 빵과 함께 아침 신문을 꺼내와 읽은 뒤 책을 조금 읽었다. 좋아하는 좀비 영화 한 편을 본 뒤 지난 주에 새로 산 신발을 신고 조금 일찍 집을 나섰다. 내 발표는 무려 1시간 10분 동안 이어졌다. 짧게 할래야 짧게 할 수가 없었는데 다행히도 많은 이들의 진지한 표정 덕에 힘이 났다. 더군다나 이번 발표는, YEHS 세미나에서의 마지막 발표이기도 했다. 울산에서 나의 멘토, 경익이형님까지 어려운 시간을 내서 올라오셨다. 뒷풀이에서는 서강대학교 앞에서 정말 맛난다는 고기집에서 소주와 삼겹살을 함께 하며 그간 미뤄왔던 YEHS 인들과의 회포를 풀었다. 한 잔 두 잔 들어가던 것이 다섯잔 이상 들어가니 슬슬 몸에 반응이 오는 듯 보였다. 냉면까지 깨끗하게 한 그릇 비운 뒤 아끼는 후배 일진도 아닌 오진을 여기저기 소개시켜 주고 사진을 찍었다. 2차로 이동한 맥주집에서는 부른 배를 어루만지며 나름 진지한 이야기 + 내 무덤 파는 이야기를 함께 하며 참 많이도 웃었다.

 인재제일 16기 유림이에게 연락이 왔다. 오늘 학생기자 회의를 하는 것을 알고는 있었는데 세미나와 겹치는 바람에 참석하지 못했기에 뒷풀이 할 때 얼굴이라도 보고 싶었다. 다행히도 신촌 근처로 온다기에 역시나 부랴부랴, 일찍 일어나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술자리를 나왔다. 소박하고 아담해 보이지만 대나무에 가득 차 있는 막걸리 맛은 진했다. 재범이형과 상원이, 정원이와 승혜와 함께 파전과 조개탕을 먹고, 플라잉 하이킥과(청량고추 40배의 닭꼬치) 우유 2000리터를 먹었다. 노래방에서의 힘든 한 시간(?)을 보내고(정말 지쳤었다...) 할증 붙은 택시를 타고 자취방으로 돌아와다. 뱃속에 가득찬 우유와 막걸리가 연이어 트림을 통해 공기중으로 분자를 쏟아내는데 그 씁쓸하면서도 달콤한 기운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마치고 있다. 그렇게 또 하루를 시작하고 신문을 읽고 친구들과 즐겁게 웃고 떠들고 진지한 이야기를 하고, 지나가는 여자를 흘깃, 쳐다보기도 하고 요즘 읽고 있는 맹자의 말씀에 밑줄을 긋기도 한다. 그리고 놀다 지친 몸을 침대에 뉘이며 하루를 마친다. 침대에 누워 이불을 깊숙히 끌어당기며 생각한다. 이렇게 잠자리에 누워 하루를 마치며, 나름 썩소를 지으며 눈을 감을 수 있는 것은 그만큼 내 주위에 가득찬 '좋은 사람' 들 때문이라고. 너무도 좋고, 너무도 즐거운 사람들, 그리고 그 사이에서 그들과 호흡을 함께 하며 조커와도 같은 웃음을 날리는 복받은 나라는 인간. 그러고 보면 너도 그닥 나쁘게 살아온 것 같지는 않구나 원씨.
 
 사랑합니다 모두. 오래오래, 제 곁에 있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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