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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4/17 살 맛 나는 세상

살 맛 나는 세상

일상 2008/04/17 17:31
 작년 말 태안봉사활동을 했다는 '증명서' 를 받기 위해 주최를 했던 한 방송국을 찾았다. 사전에 미리 연락을 했었고 담당자로부터 목요일 점심때 보자는 확답을 받았기에 부랴부랴 확인서 용지를 뽑아 방송국으로 향했다. 약간 늦을 것 같아서 죄송하다는 전화 한통을 받고 방송국 앞에서 그를 기다렸다. 15분 뒤쯤 담당자를 만나 확인서를 받은 뒤 그는 '점심 안하셨죠?' 하면서 구내식당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따듯한 국과 생선등으로 함께 점심을 했다. 그는 어제 밤 술을 너무 많이 마셔 병원에 다녀오는 길이라며 점심을 들지 않았다. 하여튼, 생전 처음 말을 나눠본 그는 내게 사회 선배로서, 많은 것을 이야기해 주었다. 친절함은 극에 달했고 시종일관 어린 내게도 '배려'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그런 행동 하나하나가 몸에 배어 있어 보였다. 물론 사회 생활을 하며 배운 일종의 대처술(?)이나 행동술(?) 일 수 있겠지만 쌩판 모르는 인간이 다짜고짜 전화해 "저 작년 언제언제 태안봉사활동 했었습니다. 확인서 써 주실수 있습니까?" 라는 조금 삭막한 요청을 흔쾌히 수락하며 "열심히 사시는 것 같아요" 라며 밥까지 사주시니, 몸둘바를 몰랐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며 깊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뒤돌아 학교로 돌아오는 내내 뱃속이 든든했다. 비단 한 공기의 밥 그릇 때문은 아닐테다. 그보다 더욱 영양가 있고 든든한 그의 배려와 친절함, 인간미(!)를 덤으로 얹었기 때문일것이다.
 아무리 세상이 삭막하고 살 맛 안난다고 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런 작은 친절과 배려를 느낄 때 마다, 아직 삶은 살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으로 이루어진 이 세상, 사람을 보면서 살 맛을 느끼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일이 그닥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은 아쉬울 따름이다.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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