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에 해당되는 글 6건

  1. 2008년 06월 18일 자취
  2. 2008년 05월 13일 수업 가기 전
  3. 2008년 02월 27일 소울 메이트
  4. 2008년 02월 16일 뜨거운 물
  5. 2007년 01월 24일
  6. 2006년 11월 02일 집에 오는 길

자취

일상 2008년 06월 18일 02시 49분
 새벽에 신발장이 무너졌다. 우당탕 소리가 나길래 김상곤씨가 들어온 줄 알았건만 고개를 돌리니 서서히 침몰해가는 타이타닉처럼 조립식 신발장이 쓰러지고 있었다. 이미 신발은 밑으로 나뒹굴며 난장판을 만들어 놓은 상태. 바로 앞에 버리지 못하고 있었던 쓰레기 더미 위로 토하듯이 신발들은 흩어졌고 신발장 밑에 쌓아 놓았던 신문들 역시 기다렸다는 듯이 바닥에 몸을 핥으며 멀리멀리 퍼져갔다. 짧게 '니미' 를 외치며 하던 일을 계속했다.
 하이타이를 다썼다. 1.5kg짜리를 살까 하다가 곧 방을 비울거라는 생각에 1kg을 골랐다. 3,000원. 이제는 대충 가격도 때려 맞춘다. 산더미처럼 쌓인 빨래를 돌렸다. 자취방 공동룸에 있는 세탁기 두 대 중 한 대는 자꾸만 삐걱거리더니 얼마 전 새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래도 새것이 낫겠지, 라는 생각을 다들 갖고 있는지 새로운 세탁기는 언제나 빨래더미로 가득하다.
 무너진 신발장을 정리하고 이를 닦았다. 소울 메이트, 김상곤씨가 적절하게 갖고 온 치약 덕택에 치약값 벌었다. 홀로 시험이 끝났기에, 그것보다는 홀로 졸업을 앞두고 있기에 시험에 찌들어 있는 친구들을 부를 염치가 없었다. 후배 진의 전화를 받고 "너 놀생각 없으면 바로 전화 끊어라" 했건만, 다행히 이 친구도 어지간히 심심했던지 "잘됐네요!"를 연발. 이런저런, 그런저런 이야기와 함께 넘어가는 알코올의 끝맛은 달콤하다. 혀에서 느껴지는 미각보다는 함께 하는 분위기의 역치가 더욱 크다. 늘어진 뱃살을 움켜 잡으면서도 양념반, 후라이드반의 통닭까지 모두 해치우고 슬슬 시작될거라는 장마비를 맞으며 방으로 들어왔다.
 소울메이트 김상곤씨는 오늘도 연구실에서 밤을 지새운단다. 토도독, 떨어지는 빗소리가 정겹다. 기분 좋은 새벽, 약간 후덥지근하지만 방안 공기의 홀애비냄새가 많이 지워진듯 상쾌하다. 이렇게, 학교에 남아 친구들과, 아니면 홀로 지낼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다른때보다 더욱 정성스럽게 빨래를 곱게 펴서 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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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가기 전

일상 2008년 05월 13일 10시 11분

 아침 8시 20분, 전화 영어 Lindsay의 전화 소리를 듣지 못하면 2차로 설정해 놓은 책상위의 탁상시계 소리에 9시 20분 쯤 눈을 뜬다. 나름 귀를 따갑게 하는 탁상시계 소리에 눈을 뜨면 그래도 안도하는 마음으로 핸드폰을 들고 다시 10분 혹은 20분 뒤로 알람을 맞춘뒤 스르륵 잠이 들곤 한다. 행여 핸드폰 벨 소리도, 탁상시계 소리도 아님에 번쩍 눈이 뜨일 때가 있는데 거진 그럴 때는 오지게도 늦잠을 잤거나 희한하게 너무도 일찍 눈이 떠질때다. 게으른 꽃상곤씨에게 일어나라는 소리를 지르고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고 이를 닦는다. 더 이상 기대할 것 없는 학교 교정에 반항이라도 하듯 무릎 나온 츄리닝 바지를 입고 모자를 푸욱 눌러 쓴 채 꽃상곤씨를 재촉하며 방을 나선다. 방안이 조금 텁텁할 때는 창문을 열어 놓고 쓰레기가 쌓여 있으면 교정 투척을 위해 비닐 봉지를 꽉 조여 매고 들고 나간다. 이런 준비 시간이 짧을 때는 간단하게 아침을 먹기도 하고 아니면 이렇게 컴퓨터를 켜 놓고 이곳 저곳을 둘러보며 하루 일과를 준비한다.
 이제는 너무도 익숙해 기계처럼 반복하는 행동들. 니미, 꽃상곤씨의 몸매는 언제봐도 쵝오. 편안한 나날의 연속이다. 언제까지 이런 삶의 나른함의 아침이 나를 반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요즘엔 하루에 23시간씩만 늙어 가는 듯. 잉여 한 시간의 젊음은 꽤나 신선하다. 수업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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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 메이트

자취 2008년 02월 27일 23시 02분

 대학 마지막 학기를 멋지게 달릴 소울 메이트 꽃상곤씨. 그의 별명은 화려하다. 모델상곤, 꽃상곤, 미소년상곤, 꽃미남상곤, 4.5상곤, 과도상곤, 자다가깼을때표정개쩔어상곤, 과도관에서사는상곤, 집에서잠안자는상곤, 길쭉한상곤, 화공과꽃미남친구상곤, 화공과꽃미남파트너상곤, 김상곤씨?, 눈가에쓰나미, 당구도개쩔어상곤, 화백상곤, 화공과절정모델대표상곤 등등등등...

 그와 한솥밥을 먹으며 한 이불에서 잠을 자게 되었다. 그의 어렸을 적 모습, 멋지게 감상 해 보자.

우리 서로 아끼며 행복하게 지내요~ 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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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물

자취 2008년 02월 16일 20시 25분
 여름에는 팔팔 나오던 뜨끈한 물이 겨울만 되면 나오지 않는 줄 알았다. 아무리 보일러를 켜고 온도를 올려도 샤워기를 틀으면 뜨거운 물이 잘 나오지 않아 언제나 미지근한 물로(순간 냉수가 나오기도 한다) 샤워를 하는 바람에 씻는 일이 곤혹이었는데, 수압을 조절하니 계란을 익힐 정도의 뜨거운 물이 나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손가락을 조금 디인것 같은데 결국 무식하면 몸이 고생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이제 씻는 시간이 기뻐졌다. 알아채는데 2년 걸렸다. 기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잠시 헤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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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07년 01월 24일 10시 19분
 방 계약을 완료했다. 침침하고 어둡고 음흉하고 눅눅했던 언덕 위 반지하 월세방에서 뛰쳐 나와 2년을 내다보고 전세를 구했다. 지금 계약한 방 보다 학교와의 접근성과 창문의 크기, 일사량등이 월등히 우수했던, 열라 탐나던 방은 등기부 등본을 열어 보니 압류 투성이어서 눈물을 머금고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 지금 방 역시 기존의 방에 비하면 100배 이상 좋은 방인데 일단 이공대와 근접한 안암 로터리 부근에 위치해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든다. 창문 역시 남향에 위치해 있고 3층이기에 지난 1년간 부족했던 햇빛은 마음껏 받아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화장실의 세면대 역시 어느 일급 호텔 부럽지 않다. 예전 화장실에는 세면대가 없어서 엉거주춤 자세로 세수를 하고 이를 닦곤 했는데 덕분에 허리가 한 3, 4개월은 늙은 것 같다. 바로 앞이 전씨김씨네 집이라는 것도 득이다. 밥을 먹거나 집에 갈 말동무가 있어 좋고 가끔 외로울 때면 함께 밤을 보낼 수도(..) 있으니 일석 몇조냐;;
 이제 이 곳에서 남은 대학 생활을 보내기로 마음 먹었기에 집에서 컴퓨터도 가져 올 생각이다. 인터넷을 연결하고 1년 동안 소홀했던 블로그 관리와 이웃 방문도, 그리고 글쓰기 연습 역시 꾸준히, 이어 갈 것이다.
 기초 터전이 잡히고 나니 시작이 반이라고 마음이 한결 가볍다. 방을 구하지 못해 쩔쩔매던 지난 몇 주간 둥둥 떠 있었던 것이 사실인데 확정되고 나니 차차 안정이 되는 느낌이다. 역시, 사람은 돌아갈 집이 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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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오는 길

일상 2006년 11월 02일 23시 19분
 빗방울이 약해진 틈을 타서 가방을 챙겼다. 먼 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비를 맞고 갈 정도의 거리는 아니었기에 평소보다는 약간 이른 시간이었음에도 자리를 반납할 수 밖에 없었다. 이제 3개가 끝이 났고 남은 것은 세 개. 비록 세 개의 시험이 모두 끝나는 주, 그 다음주 부터 다시금 2차 시험이 뻐끔거리는 어항 속 붕어 마냥 아가리를 벌리고 있긴 하겠지만 당장 발등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불을 끈다는 생각 만으로도 잠시 설레고 심지어 기쁘기까지 하다.
후드티의 모자를 뒤집어 쓰고 음악을 들으며 걸었다. 시험이 끝난 것처럼 보이는 문과생들은 비가 오는데도, 이 늦은 시각까지도 삼삼오오 휘청거린다. 그나마 나는 낫다. 화공과는 이제 시험이 시작이다.
노래 한 곡을 들으면 집에 도착한다. 터벅터벅. 하루의 마감. 비록 화요일, 수요일, 즐겁게 맞이해야 할 시험의 압박이 한층 더 나를 반기지만 한 발, 한 발 앞으로 내딛으며 조용히 걸어가는 이 길을 나는 좋아한다. 단순히 길이 아닌, on the way를 좋아하는지도 모르지만.
마음이 편하다. 잠깐이지만 하루의 피로가 가시는 기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덧 복학 두 학기가 흘러가고 있고, 그렇게 또 적응해 가고 있었다.

2006.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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