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아버지 제사라는 소식에 자취방에서 뒹굴다가 잘됐다 싶어 부랴부랴 안산으로 향했다. 7남매인 외가가 모이는 날이면 북적북적, 사람 사는 맛과 가족의 미(?)를 흠뻑 느낄 수 있어서 좋다. 아홉달 된 아기부터 세살, 여섯살, 초중고, 20대, 30대등 폭넓게 분포하고 있는 나잇대와 어르신들의 살가운 대접, 이상시리 두그릇씩 비우게 되는 제사음식들까지, 어느것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없다. "원씨, 첫 월급 받으면 쏴야 한다" 언제나 근엄하게 앉아 계신 큰외삼촌의 말씀에 "아 그럼요" 라며 넉살좋게 답하는 내게 누나들이 다가와 "요즘 나는 이게 참 갖고 싶은데.." 하면서 함께 웃어주고 축하해 주는, 생수보다도 깨끗하다던 금강산 계곡의 물처럼 '맑고 밝은' 이라는 표현이 떠오를만큼 화사하다. "삼촌, 이거요 저 안줄거에요" "에이, 삼촌 한입만 먹자" "이거요 먹는거 아니라요 이렇게 보는거에요" 곰돌이 모양의 초콜렛 사탕을 사이에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세살 도현이는 덩치는 산만한게 살랑살랑 눈웃음치면서 먹는 본능과 슬슬 배워나가는 '인간적 관계(?)' 사이에서 한참을 고민하다 내게 한입을 내민다. "남자친구가 있는데요 지난주까지는 저를 좋아했는데 이제는 안좋아해요. 저 혼자 좋아해요" 라는 여섯살 가영이. 세상을 다 비출것만 같은 맑은 두 눈의 검은 눈동자는 술에 찌들어, 사회에 부딪겨 심하게 쩔은 내 마음을 순식간에 정화시켜 주곤 한다. 이쁜것들. 하루 세 끼 식사 분량의 음식을 쳐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위속을 채우고 있는 음식물의 넉넉한 포만감 만큼이나 넘칠듯한 가족들의 사랑과 정을 느낀다. 그래서, 몸무게가 더 나가는 걸까. 이런 니미.
술에 쩔어 있던 이틀간 올블이 정말 시끄러웠나보다. 뭔 일인가 하고 뒤적여 봤더니만 올블로그를 만든(?) 블로그 칵테일이라는 회사에 합격 통보를 받은 '합격생' 이 뜬금없는 '합격 취소'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전산 오류인가, 아니면 서류상에 문제가 있었던가, 라고 생각을 했지만 대답은 뜬금없다. 지금은 지워져 확인을 할 수 없지만 재빠른 누군가가 복사해 놓은 골빈해커님(블로그칵테일 부사장)의글을 보면 "마음에 안들었으니 안 뽑는 것 뿐이다... 인사관련 담당자로, 인생의 선배로 정희주님에게 한 마디 하겠다... 애정이 많아서 회사에 들어오겠다면 다 필요 없으니 꼭 들어가게 해달라는 것이 맞지 않겠습니까?" 등 정말 주옥같은 말들이 이어지고 있다(복사해서 올려 놓는 짓 따위는 하기가 싫다. 괜시리 내 블로그가 더러워지는 것 같으니). 잘잘못을 떠나서, 라는 말을 하기가 쉽지만 이건 뭐 따질것도 없이 골빈해커님과 블로그 칵테일의 순도 100% 잘못이다. 유명하신 우리 골빈해커님께서는 예전에 일개 마이너 오브 마이너 블로거인 원씨와 댓글로 몇 마디 주고 받았던 것을 잊으셨겠지만 젊으신 분들이 모여 '열정'과 '꿈' 을 갖고 나아가는 모습에 실로 보잘것 없는 원씨는 그들이 부러웠고 놀라웠으며 그가 나의 글에 댓글을 달았고 그것을 토대로 두어마디 정도 오고 갔다는 점에서 뿌듯함(?)까지 느꼈었다(블로그의 예전 데이터가 모두 지워지면서 그 글은 사라지고 지금 없지만서도). 허나 그가 썼다는 그의 글에서, 그리고 사과문 같지 않은 사과문을 보면서 그런 뿌듯함(?)과 개인적으로 블로그 칵테일이라는 회사에서 풍겼던 '젊음' 과 '신선함' 이 뭉개지는듯한 기분이다. 그리고 그 젊다는, 웹 2.0의 시대에 앞서나가는 듯한 그들조차도 회사의 입장에서 직원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쩔 수 없는 것인가, 를 생각케 한다. 그들은 '가족같은' 이라는 말로 멋지게 포장을 한다. 보다 많은 연봉과 보험과 수당을 바라지 않으면서 '가족' 같은 사람을 고용하겠다는 '발상' 자체, '무조건 열심히 일하겠다' 는 말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족' 같지 않은 한 취업생을 내팽겨쳤다는 점에서 기름질 퉁퉁 부어오른 고용인의 느끼한 얼굴이 떠올랐다. 믿었던 회사가 이 정도라면, 정작 다른 회사들은 어떨까, 라는 소름끼치는 생각도 들고 말이다. 하여튼, '사과드립니다' '죄송합니다' 라는 대표의 사과문으로 어느정도 일단락 될 듯 하지만 아직도 문제가 된 '올블로그 추천 조작' 등과 같은 의문과 얼토당토 않은 글과 사상으로 블로그에 공개적으로 한 사람을 매장시키려 했던 골빈해커님의 적절한 책임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많은 이들이 이번 사건을 이유로 '올블로그'를 탈퇴한 듯 보인다. 허나 용기없는 원씨는, 그리고 그들의 철학을 따라갈 수 없는 원씨는 '앞으로 지켜보겠다' 라는 말로 탈퇴버튼을 누르는 대신 방문객 없는 이곳에 그들을 위한 비판의 글을 쓰기로 했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많은 발전이 있으시길 바랍니다.
'합격취소' 에 대해서는 백번 잘못한 일이지만 아직도 그 이유, 해명에 대해서는 당사자와 다소 차이가 있군요. 뭐 그래도, 당사자들끼리 끝난 일이라고 하니 그나마 잘 해결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비 온 뒤 땅이 굳는다고 했습니다. 앞으로 보다 나은 모습, 더욱 발전해 가는 모습으로 예전에 제가 블칵에 갖고 있던 그 이미지를 다시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정말로, 블칵에 계신 분들이 부럽고 또 멋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 기억을, 다시 찾아 주시기 바랍니다.
2주 만에 집에 왔다. 비록 빨래를 하거나 집안 청소를 만날(?) 하는 것이 귀찮기는 했지만 혼자 사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은 듯 하다. 2주 동안 서울에서만 왔다갔다 하다 보니 말은 태어나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말이 쉽게 다가온다. 비록 한 달 동안 집에 내려가지 않은 적도 있긴 하지만 시험의 압박으로 인해 도서관에서 쳐박혀 지냈던 것이었기에 이렇게 오랫동안, 그것도 방학을 했는데도 집에 안들어오기는 처음이었다. 약간 서운하셨는지 어머니는 보자마자 "언제 갈꺼니?" 를 물으신다. "일요일이 토익시험이라 토요일에 가야해요" 빙구같이, 그냥 집 근처에다 신청할 것을, 꼴깝떨고 학교 근처에 신청한 것이 살짝 후회된다. TV도 참 오랜만에 봤다. 축구라면 환장을 하던 놈이 이제는 국대경기쯤 버리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고 한국이 아시안컵에서 8강에 올라가던 떨어지던, 그닥 흥분스럽게 다가오지 않는 것을 보니 점점 사람이 '이기적' 스럽게 되어가는 것 같아 살짝 걱정스럽기도 하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애국' 이라는 것에 대한 꼴 같잖은 반감이라는 것이 맞을 듯 하긴 하지만서도. 아무튼, 간만에 집에 내려와 자취방의 나무늘보 같은 인터넷과는 상반되는 속도로 인터넷을 즐기니 시원하다. 우유를 너무 많이 먹어서 연신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 맑은 물똥을 쏟아내는 일도, 쇼파에 누워 아무 생각 없이 진정한 호섭이가 되어 TV를 보는 것도 너무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간만에 만난 누나와 오버스러운 손 인사를 건내며 짤막한 인사로 그간의 동정을 파악하는 것도, 부모님의 과도한 관심과, 그리고 간만에 본 아들내미와 신경전을 펼치지 않으시려는 눈치 살피는 모습을 보며 나 자신이 안쓰러운 것도, 집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가족들의 아름다운 사랑이 아니고 무엇일까. 늦은밤, 괜시리 센티해지는 이 순간 건너 방에서 늘어지게 쳐자고 있는 누님의 숨소리가 정신을 파뜩 차리게 한다. 고요한 새벽. 잠은 언제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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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 술을먹고 다섯시에 일어나서 이 짓을 하고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아침잠이 없어져...ㅎㅎㅎ
오랜만에 호섭이 블로그들어와서 글들을 한참 읽었어...
넌 참 재주꾼인듯...재밌다 임마...ㅎㅎ
아니.. 그런거 다 필요없어... 너가 부럽...
> 위속을 채우고 있는 음식물의 넉넉한 포만감 만큼이나 넘칠듯한 가족들의 사랑과 정을 느낀다. 그래서, 몸무게가 더 나가는 걸까.
...애써 (물리법칙을 넘어서) 합리화하지 마라-_-;;
요즘 나도 갖고 싶은 게 많은데...후 s( -0-)y=~
형님.. 저는 이제 노땅막내입니다.ㅋㅋㅋㅋ
s( -0-)y=~
후후
섭아..
나도 좀 갖고 싶은게 있는데... ㅋㅋㅋ
즐거웠겠구나..
^^
연락 한다며 ㅋㅋㅋㅋ
ㅋㅋㅋ 글도 좋지만, 덧글도 재밌네요
오랜만이에요^^ 다음주면 저도 이제 직장인이...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