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 사이언스 기자직 필기 시험을 앞두고 이곳저곳(아랑 카페 포함) 아무리 뒤져봐도 동아 '사이언스' 필기 시험에 관련된 내용은 찾을 수가 없었다. 없어도 너무 없길래 '문제를 유출 혹은 발설하지 않겠습니다' 라는 동의서에 사인이라도 하고 오는 줄 알았는데 오늘 보니 그런거 없더라-_- 그냥, 후기를 안올린거다. 워낙 적은 인원이 시험을 봐서 그런지 다들 부끄러움을 많이 타셨나봐.
하지만 난, 거칠 것이 없다. 서류 통과라는 것만으로 큰 기쁨을 느꼈기에, 더해서 오늘 필기 시험은 맛깔나게 망쳐버렸기에 거칠 것이 없다. 행여 내년을 기약하시는 분들이 있을까 싶어 수많은 웹페이지 중 하나를 생산해 본다. 부디 도움이 되길!
1교시, 작문. 입구에 붙어 있던 주의 사항에 1교시 논술, 2교시 작문으로 되어 있었다. 공채가 떴을 때는 기사 작성과 논술이라 했는데 기사 작성은 사라지고 작문이 추가 되어 의아했다. 감독관이 들어 오고(나 이분 일전에 하나고 전공 설명회 때 뵜었다! 반가워서 나도 모르게 인사 할 뻔!) 1교시 논술, 2교시 작문은 동아일보 응시자의 것이고 동아 사이언스의 경우 1교시 작문, 2교시 기사 작성을 한다고 했다. 아, 다행이었다. 아예 준비가 안된 상황에서 서류 통과를 확인 했을 때 부랴부랴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던 것은 '이명박 정부의 과학 정책' 이었다. 괜시리 '과학' 과 관련 된 논술은 '정책' 적인 것이 많이 나올 것 같아 미친 검색을 시작했는데 어거지로 머릿속에 구겨 넣었던 지식들은 갈피를 못잡고 여기저기 부유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종이 울리자 감독관은 칠판에 커다랗게 작문 주제에 관해 썼다. "우연" 팔짱을 끼고 엉덩이를 쭉 빼고 앉아 생각했다. 우연, 그리고 과학. 머릿속에서 팍 떠오른 것은 과학의 위대한 발견은 우연을 통해서 온다, 뭐 이런 내용이었다. 파스퇴르가 그랬고 벨이 그랬고 또 누가 그랬더라, 하면서 생각을 이어가던 중 문득 내 머리로 이런 주제가 떠올랐다면 이 곳에 앉아 있던 23명 중 절반 이상은 나와 같은 생각을 쫓고 있을 것 같았다. 나보다 대부분 글을 잘 쓴다고 가정하면, 같은 주제로, 같은 내용의 글로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짱구를 굴렸다. 또르르륵. 옆 수험생의 머리 굴리는 소리도 들려왔다. 어거지로 밀고 나가기로 했다. '사랑' 을 가미해, 과학의 발견은 노력을 통한 우연에서 나오지만 사랑이란 노력을 가장한 우연으로 성공한다, 라는 주제를 잡고 우리가 세번 이상을 만나야 하는 이유, 사랑에 빠지면 나를 희생하는 이유(이건 정말 말도 안되게 엔트로피 써서 설명했다 낄낄낄), 시련을 당한 뒤 그걸 이겨낼 수 있는 이유를 호르몬을 통해 풀어 나갔다. 정말 재미없게 소설 형식으로 글을 써 나갔는데 펜으로 도통 쓰지 않던 글을 쓰려니 그것도 어색했다. 펜을 사용해 답안지에 작성을 하니 연습이 제대로 안되어 있는 상황이라 내가 쓰고 있는 그 딱 한줄만 눈에 들어왔다. 앞 뒤의 문맥, 호응 그런건 신경 쓸 여유가 전혀 없었다. 뿐만 아니라 '우연' 을 주제로 했음에도 두 번째 글과 세 번째 글의 통일성을 찾을 수 없었다. 즉 엔트로피는 우연이 아닌 '자연스러운' 현상이었고 호르몬의 분비 역시 나의 '노력' 에 의해서 이겨내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시간이 없었다-_- 그래서, 정말 어거지로 썼다.
2교시, 기사 작성. 영문으로 된 두가지 기사를 나눠주고는 하나를 골라 마음대로 쓰라고 했다. 하나는 생체 인식에 관한 것, 하나는 이산화탄소 배출에 관한 것. 썅, 여기도 영어구나. 생체 인식 기사는 아예 보지도 않았다. 그래도 친숙한 이산화탄소 기사를 집어 들고 또, 생각했다. 마음대로 쓰라는 말에 기사를 소스로 사용해 하나의 소재로 활용하기로 마음 먹고 정리 해 나갔다. 제기랄. 인터넷이 없으니 기사를 쓸수가 없다. that means, 내가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이산화탄소의 배출에 관한 기사는 개인의 인식과 정보가 잘못된 내용을 다루고 있어서 제목을 '이산화 탄소 배출, 누가누가 잘하고 있을까?' 라며 개인, 기업, 국가의 순으로 잘못하고 있는 것들을 나열했다. 기업의 경우는 자동차 회사의 전기차의 문제점을 넣었고 국가의 경우는 전기차가 도로를 달리면 불법이라는 것, 충전 인프라의 기술력 부족 등을 예로 들었지만 확실한 정보가 부족해 기사를 근거할 자료가 없었다. 뜬구름 잡는 기사가 되어 버렸다. 재밌지도 않고 흥미도 없으며 독자가 글을 읽고 고개를 주억 거리며 이산화 탄소의 배출에 대해 생각을 해볼 만큼의 정보력도 제공해 주지 못했다. 넉다운.
24명의 답안지 밖에 없기에 하나하나 열심히 읽어 평가를 할텐데 너무 부끄러워 얼굴을 못 들 것만 같다. 아, 내가 현재 이정도 수준 밖에 안됐구나, 라는 평가를 받아 들이면서도 한 편으론 좀 '짜증' 났다. 올 초 진로를 고민하면서 미리미리 준비할걸 하는 후회, 글 쓰는 연습을 오지게도 안했다는 후회, 동아 사이언스에 지원을 하면서도(비록 갑작스레 지원하게 됐지만) 기초적인 분야에 대한 지식의 부재에 대한 후회.
집으로 돌아 오면서 이런 많은 후회들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왜 그렇게 썼을까, 이렇게 접근하면 됐을 텐데, 이거 추가할걸, 하는 등등 생각나지 않던 많은 소스들이 머릿속을 채웠다. 그 짧은 시간에 생각나지 않은 것은 그만큼 생각의 속도가 빠르지 않은 것이고 이 역시 게으름의 소산일 것이다.
아쉽다. 부끄러운 글을 남기고 와 동아 사이언스 여러분들게 이 자리를 빌어 전하고 싶다. 정말 죄송합니다-_- 더 노력해서, 내년에 다시 지원하겠습니다. 그럼, 앞으로 좋은 기사 부탁드립니다. 과학 동아 꾸준히 읽을게요;;
'일상'에 해당되는 글 247건
- 2010년 07월 11일 ReFresh
- 2010년 06월 30일 술 (3)
- 2010년 06월 08일 꿈 (2)
- 2010년 06월 06일 즐겁게 (6)
- 2010년 05월 17일 밥 값 (2)
- 2010년 03월 23일 문자
- 2010년 03월 22일 몸살 (4)
- 2010년 02월 26일 길 몰라요 (6)
- 2010년 02월 21일 2010 근황 (2)
- 2010년 01월 01일 2010년 (2)
- 2009년 12월 10일 삶
- 2009년 07월 10일 Ready
- 2009년 07월 02일 퇴보!
- 2009년 06월 11일 컴백홈 (2)
- 2009년 04월 09일 꿈 (4)
- 2009년 03월 15일 밤샘 (4)
- 2009년 03월 10일 어머니
- 2009년 03월 03일 YEHS (2)
- 2009년 02월 27일 투정
- 2009년 01월 28일 공부 (8)
영어 학원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 한 시간 동안 계속 된 영어와의 교감으로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생각들을 영어로 바꿔 가며 강남역 사람들을 헤집고 있었다. 버스를 탈까, 지하철을 탈까 고민하던 중 갑자기 한 남자와 여자가 내게 말을 걸었다.
"저기요"
"네"
"저희가 신한%#$% 사람들인데요. 짧은 동영상 보시고 감상평 좀 해주실 수 있으세요?"
"어디라구요?"
"신한%&^$%^ 요"
자세히 못들었는데 또 물어보기가 괜시리 미안해 그냥 넘어갔다. 순간 신한증권에서 마우스질로 열나게 주식을 사고 팔고 있는 재신이의 얼굴이 떠올랐고(재신아, 이런 표현써서 미얀-_-) 뭔가 노트북을 들이 밀며 부탁을 하는 모습에 신입사원 연수 중이거나 아니면 회사 사람들이 프로젝트 , 혹은 회사 내 이벤트 관련해서 일을 하고 있는거라 생각했다. 기꺼이 응했다.
"네"
"자, 이거 한번 보세요. 근데 교회 다니시나요?"
"아니요"
"아 네, 천국과 지옥은 믿으시나요?"
"아니요"
"아 네, 천국 가고 싶으세요 지옥 가고 싶으세요?"
"천국이요"
"아 네, 성경 가지고 계세요?"
"아니요"
"아 네, 그럼 이거 한 번 보세요"
말 참 많다고 느낄 때 쯤 교회, 천국 운운하는 것이 살짝 의심스러웠는데 빙고였다. 그와 그녀가 보여준 작은 노트북 속 영상은 성경의 말을 짜집기한 자막과 어떤 영화에서 다운 받았는지 불 속에서 고통스러워 하는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짜집기 한 듯한 신체의 부위가 잘린 군인들의 모습이었다. 윈도우 메이커 이용하면 나도 이 정도는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던 중 갑자기 천국을 가야 한다는 말을 미친듯이 하기 시작했다.
그 중 가장 이해 안가는 것은 "공기도 안 보이지만 존재하잖아요. 천국과 지옥도 안보이지만 존재합니다" 비유로 들은 공기가 눈에 안보이는 것과 천국과 지옥이 눈에 안보이는 것 사이의 논리적 연결 관계가 대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그의 볼에 솟아난 빨간 종기가 터질 것만 같아서 가만히 듣고 있었다.
결론은 지금 나와 함께 가서 기도를 받고 천국을 가자는 것이었다. 잠깐의 시간이면 된단다. 미소가 가신 얼굴로 가만히 빨간 종기를 쳐다 보다가 "천국 나중에 갈게요. 제가 지금 바빠서 천국에 들를 시간이 없어요" 하고 지하도로 내려왔다.
가히 21세기 정보화 시대다. 이제는 성경책 하나 들고 길다란 십자가를 등에 맨 채로 사람들을 꼬시지 않는다. 노트북을 이용해 UCC 영상을 들먹이며 '설문조사' 차원에서 꼬시려 한다. 자뭇 화려해 보이는 영상이지만 좀비 영화와 전쟁 영화, 즉 피터지고 몸 잘리고 불에 타고 이런거 좋아하는 영화 매니아인 나의 눈을 속이지는 못했다. 짜집기 하려면 좀 제대로 하지. 진짜 존재한다는 지옥의 영상을 담아 오던가.
암튼, 재밌는 세상이다. 빨간 종기의 남자와 얼굴이 좀 커보였던 여자분의 시급은 대체 얼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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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가 끝이 났다. 암울했지만 나름 알찼던 1주일. 정리해 보자.
#월요일
아침 일찍 학교 도서관으로 향했다. 두달 전 구입한 넷북을 이쁘게 설치하고 약 10시부터 죽치고 앉아 있었다. 물론 혹시나 모를 분실에 대비해 '락' 을 걸어 놓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 뭔가 있어 보여 좋다. 토요일 과음으로 인해 일요일 밥을 한 끼 밖에 못 먹었더니 뱃 속에서 개구락지가 미친듯이 노래를 불러댔다. 꿰웨웩, 꾸우우욱. 화공과 절정 꽃미남 전정환씨와 고려대학교 모델의 대표주자 김상곤씨와 함께 교직원 식당에서 밥을 먹고 다시 들어와 앉았다. 자소서(!)를 열나게 쓰다가 다시 밥. 당구 한게임 치고 집에 가려니 시간이 너무 아깝게 느껴졌다. 다음날 아침은 큰 마음 먹고 등록한 파고다 1:1 다이렉트 잉글리시 수업 하는 날. 자고 갈라 했더니만 제길슨, 교재를 안가져 왔다. 집으로 출발, 11시 도착. 빈둥거리며 쉬다가 12시 반쯤 자리에 누웠는데 오랜만에 당구장에서 쳐마신 커피 속 카페인의 각성작용으로 인해 똘망똘망한 어린아이의 눈을 보는 것 처럼 뇌 속이 참으로 맑다-_- 선풍기의 한시간 타이머가 멈출 때 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대략 2시 넘어서 잠이 들었다.
#화요일
5시 15분 기상. 비싼 학원이란 걸 아시는 어머니는 혹시나 아들놈의 새끼가 잠을 쳐자다가 시간을 놓칠까 겁이 나셨는지 그 이른 시간에 손수 깨우러 방으로 들어 오셨다. 우유에 콘푸레이크를 대충 타 먹고 집을 나섰다. 어머니의 측은한 눈빛이 레이저 광선처럼 뒤통수에 꽂히는 것이 강하게 느껴졌다. 수면 시간이 3시간 밖에 되질 않아 지하철에서 신문을 읽지 않고 잠을 자려 애썼다. 그런데 니미럴, 카페인의 각성작용이 아직도 뇌를 짓누른다. 눈을 감고 잔잔한 음악으로 뇌를 달래봤지만 이미 카페인에 취해 정신없는 뇌는 지하철의 문이 여닫는 소리 뿐만이 아니라 반대쪽에 앉은 사람의 소곤거리는 한 마디도 놓치지 않고 받아 들이고 있었다. 그 상태로 사당을 지나 강남역에 내렸다. 시간은 조금 여유가 있고 배가 너무 고파 편의점에서 칼로리 바란스 하나와 바나나 우유를 사 먹었다. 편의점 안에 먹을 수 있는 곳이 없어 따가운 햇살이 빌딩 사이에 걸쳐 있을 때 쯤, 그 기운을 정면으로 받으며 길바닥에서 좀비처럼 뜯어 먹었다. 학원을 마치고 다시 학교로. 이 날은 시간이 너무 아까워 전정환씨 집에서 잠을 청했다. 오후 내내-_- 자소서 수정.
#수요일
7시에 일어나 짐을 싸려 했건만, 전날 3시 반쯤 취침한 관계로 9시 기상. 더 일찍 잘 수 있었는데 고대 천박사 부현씨가 뜬금없이 술 한잔 하자는 바람에 나가서 정말 딱 두 잔만 하고 왔다. 내가 양주를 정말 못 마신다. 다음날 일어나 핸드폰을 보니 4시쯤에 이 놈이 전화를 했었더만. 그 뒤에 온 문자에는 "내가 한 병 더 살게. 나와" 무슨 대학원생이 직장인보다 돈이 많다. 결국 9시에 일어나 슬금슬금 꽃미남 전정환씨가 코디 해 준 옷을 입고 도서관에 자리를 잡았다. 검은색 츄리닝 바지, 맨 발에 꺽인 운동화, 목이 약간 늘어질 기미가 보이는 하늘색(?) 라운드 티. 고맙다 전정환씨. 이날 저녁엔 친구와 약속이 있어서 강남역으로 6시쯤 출발했다. 영어 스터디 리더와 우연찮게 만나서 나는 반갑게 인사를 했는데 그 분은, 나를 가만히 쳐다만 봤다. 다음주 스터디 때 물어봐야겠다. You didn't tell me anything last week, did you? why? Are you surprised at my face?(그 분은 나한테 좀비를 닮았다고 했었다) 친구와 저녁을 후딱 먹고 집으로 왔다.
#목요일
아침 5시 기상. 영어 학원 가는 날이다. 집을 나설 때 쯤 어머니가 일어나 뭐 챙겨 먹었냐고 물었다. 괜히 삐져서 집을 나섰다. 휴가도 절반이 지났다는 생각에 우울했다. 학원을 마치고 다시 학교로. 복습을 하고 단어를 좀 뒤적이다가 밥을 먹고 다시 들어와 앉아 있는데 내 모습이 그렇게 처량할 수가 없다. 맨큐의 경제학을 펼쳐 놓고 읽다가 잠이 들었다. 요즘 속이 안좋아서 방귀가 수시로 분출되는데 행여나 잠이 든 상태에서 나도 모르게 뽀옹 하며 쌍바위골의 비명을 내지를까봐 지난 3일 내내 억지로라도 도서관에서의 잠을 참은 상황이었다. 옆 자리 학생의 핸드폰 진동 소리에 내가 놀라 엎어져 있던 등이 직각으로 곧게 펼쳐졌다. 나보다 옆 학생이 더 놀랐을 듯. 오늘은 아니다 싶어 전정환씨 꼬셔 당구 한 게임 치고 책을 조금 더 보다가 7시쯤 집으로 향했다. 괜시리 몸이 너무 지치는 것 같아 집에 도착한 뒤 영화를 다운 받아 히스코모리처럼 방안에 쳐박혀 연이어 두 편을 본 뒤 잠이 들었다. 내일은 6시에 일어나 학교 가야지, 하면서.
#금요일
6시에 눈을 떴다. 아, 도저히 못일어나겠다. 알람을 15분 뒤로 다시 맞춰 놓고 잠이 들었다. 알람 소리를 못들었는지 꽤 멀리 떨어진 안방에서 어머니가 소리를 듣고 방으로 오셨다. "너 더 자라. 병나겠다" 그 와중에 "아니야, 나 7시쯤 일어나서 가면 돼" 하고 알람을 다시 맞추고 잠이 들었다. 눈을 떴다. 11시가 훌쩍 넘은 시간. 비틀거리며 마루로 나와 보니 작은 쪽지가 보였다. "오늘은 좀 쉬어라" 로 시작한 어머니의 짤막한 쪽지에 괜시리 울컥, 식탁 위에는 갖가지 반찬이 정갈나게 차려져 있었다. 한 번에 다 먹고 싶은데 젓가락질이 귀찮아 큰 그릇에 밥을 쑤셔 넣고 반찬을 넣은 뒤 비볐다. 순창 고추장과 참기름도 함께 했다.
참기름은 비싸서 그런지 어렸을 적 부터 밥에 비비는 양의 조절 권한은 언제나 엄마에게 있었다. "김치 넣어, 계란도 넣고, 고추장 넣었어? 그럼 이제 숟가락 대" 다른건 몰라도 참기름은 반드시 엄마가 따라주는 것을 숟가락에 받아 넣곤 했었는데 행여 손가락이나 손목의 까딱하는 실수로 예상 보다 많이 흘러나왔을 경우엔 "아이구 아까워라 아까워라" 하면서 누나의 밥그릇에 내 숟가락 위에 놓여 있던 참기름의 절반을 부어 버리곤 했다. 내 나중에 커서 참기름과 밥의 양을 1:1로 만들어 비벼 먹으리라, 고 다짐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는데 막상 참기름을 혼자 따라 밥을 비벼 먹을 나이가 되니 왠지 어색하다. 듬뿍 비벼대고 싶지만 엄마가 조절해 준 양 이상을 따르고 나면 괜시리 죄책감이 들어 밥을 한스푼 떠넣거나 반찬을 더 넣어 중화시킨다. 역시 조기 교육이 참으로 무섭다.
하여튼, 역시나 히스코모리처럼 책상에 앉아 밥을 꾸역꾸역 입으로 밀어 넣으며 영화를 몇 편 봤다. 화공과 절정 꽃미남 전정환씨의 안목은 역시나 최고. 그렇게 시간을 때우다 저녁에 회사 사람을 만나 간단히 소주 한 병 하고 들어왔다. 다음날, 토익 시험이 있었다.
이렇게 휴가가 끝이 났다. 토익 시험 날도 참 엿 같은 일이 있었는데 관련 내용은 다음에. 직장인에게 1년에 한 번 있는 방학이 끝이 났다. 알차게 보낸건지, 우울하게 보낸건지 확실치 않다. 되도 않는 걸 하겠다고 앉아서 재충전의 시간을 도서관의 에어컨 바람에 날려 보낸 걸지도. 우울해진다. 제길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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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던 6월을 지나 '행동' 하자던 7월을 맞이했다. 그리고 다가 온 일주일의 온전한 나만의 시간. 정말 알차게 쓰기 위해 계획을 한 번 짜 봤다.
1. 독서
6월 한 달 동안 읽은 책이 달랑 한권이다. 경제쪽에 관심을 두고 책장을 뒤지고 뒤져 경제 관련 서적을 몽땅 책상 위에 올려 놓으니 참으로 높다. 책장을 펼쳐 보는데 새롭다. 책을 읽어도 읽는게 아니었는지 나의 독서 방법에 대한 진한 회의론을 들이 마시며 하나하나 정리해 봤다. 내가 이걸 대체 언제 다 읽었었지-_-
'대한민국 경제학에게 길을 묻다' 를 시작으로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나쁜 사마리아인들' '경제 상식사전' '부동산 상식사전' '주식 경제 상식사전' '지금 당장 환율 공부 시작하라' '한국인을 위한 경제학' '인간의 경제학' '최진기의 생존경제'
이 정도면 밀린 독서 다 채울 수 있겠지? 후훗
2. 공부
7월 25일 토익이 끝났는데 신기하게 8월 7일에 또 토익이 있다. 이건 뭐지, 했는데 한국에서 만든 토익이란다. 첫 회 시험의 프리미엄! 쉽게 나오지 않을까, 싶어 신청. 요즘 LC는 잘나오는데 점점 RC가 떨어져 점수가 올라갈 생각을 안한다. 일주일간, RC그냥 미친듯이! 성문기본영어 중학교때 마스터한 그 실력 그냥! 확!
더해서 8월 말에 있을 TESAT 시험 공부를 일주일간 증말 빡쎄게 해야겠다. 시간이 부족하다. 학교 도서관에서 새로 구입한 넷북 이쁘게 열어 놓고 츄리닝 바지 찍찍 끌으며 복학생 모드 변신.
3....
아씨, 더 이상 없다-_-
그래, 이정도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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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알아가는 과정에서 입꼬리 올리며 서로의 눈을 마주보고 소통하는 순간이 참 좋다. 비록 내가 너의 이름을 모르고 너도 나의 이름을 모르지만 서로의 한마디에 낄낄 거리며 마음의 벽을 허무는 그 순간. 일주일간 쌓였던, 차곡차곡 적층구조로 덮여 있던 스트레스가 강산에 비시식 거리며 부식되는 알루미늄처럼(뭐야 이따위 비유는!?) 스르륵 사라지는 듯 하다.
경제 스터디가 조금 문제다. 내가 제일 모른다-_- 제길. 예상은 했다만 최소한 자리에 앉아 있는 '값' 은 해야 할 것 같은 마음에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할 듯 싶다.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 할 필요는 없지만 쪽팔리게(나이는 왠지 내가 최고령인 듯) 벙어리 마냥 입다물고 있다가 농담할 때만 혀를 놀릴 순 없지 않은가. 신경을 좀 쓰자.
6월 한 달간 참 엉망으로 살았다. 책도 손에서 놓았고 계획들을 적어 놓았던 종이에는 그 계획을 실현한 빨간 동그라미 보다는 엑스표가 거의 다 였다. 힘들다, 힘들다, 정신이 없다, 정신이 없다 라는 핑계로 이성의 끈을 놓은 적도 꽤 있었는데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만나고 나니 볼일 보고 몸 떨듯이 정신이 확, 들어 온다.
이렇게 살다간, 평생 제자리 걸음이다-_- 그간 '무언가 계속 해야 넌 살아 남는다' 라는 나 자신의 약점을 잊고 있었나 보다. 다행히 주말의 쌍스터디(..)로 인해 마음의 안정을 찾아가는 듯 하다. 서울로 왔다갔다 하기에 몸은 힘들지만 예전부터 나의 강점(??)은 바로 부지런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떠오른다. 대학교 1학년 시절 내 별명.
아기였다..
아침에 일어나는 기계-_- 지축을 박차고 일어나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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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귀찮지 않은게 바로 술. 올 들어 술을 참 자주 마셨는데 회사에 입사한 뒤 건강 검진을 받으며 "일주일에 술을 얼마나 드십니까" 라는 질문에 "한 달에 두세번인데.." 라며 0.5회를 찾고 있었던 1년 전에 비하면 세상만사 휙휙. 올 해 들어서는 일주일에 한 번은 필수였고 옵션으로 서너번은 마셨으니 이제 건강검진 하면 자신있게 1회 이상에 체크해도 되겠다. 더 이상 고민 안할테니 다행(응?).
술을 홀짝홀짝 자주 마시다 보니 오늘처럼 일찍 퇴근하고 방바닥에 늘러 붙어 있는 날이면 한 쪽 다리가 떨리면서 소주가 땡긴다. 갈비살 노릇하게 연탄불에 구워 고춧가루 덕지덕지 붙은 파절임에 싸서 소주 한잔. 구린내 잔뜩 풍기는 곱창 집에서 꽉찬 곱 속에 작은 고추 무침 끼워 넣고 부추와 깻잎에 싸서 소주 한잔.
맥주는 조금 안땡기는 것이 술을 마신 뒤 '캬' 하며 내려놓는 맛이 없다. 배만 부르지. 취기도 늦게 오기 때문에 뭔가 야릇한(?) 분위기 자체가 형성되질 않는다. 맥주는 처음 본 동호회 사람들끼리 서로의 캐릭터 파악할 때 정도가 딱 좋은 듯.
내가 자주 방문하는 어떤 블로거는 언제나 술을 혼자 마시는데 그걸 또 인증샷을 찍어 올린다. 혼자 중국집 가서 닭꼬치에 빼갈을 한 병 비우고 돈 10만원을 계산하고 나오는 그는 정말 대인배. 아씨, 근데 나도 이 상태에서 조금만 더 발전하게 되면 다리가 아닌 손을 떨게 될 것 같고 조만간 곱창 집에서 곱창 1인분 시켜 놓고 곱창집 이모 인증샷을 올릴 것만 같다.
그리고 깨달은 것, 술배는 정말 존재한다. 술을 연속 4일인가 먹었던 다음날, 벨트를 안매면 흘러 내리던 바지를 입고 출근했는데 자리에 앉아 바지의 단추를 풀며 깨달았다. 젠장, 벨트도 안매고 왔는데 왜 이리 꾹 눌리지. 단추를 풀며 깨달았다. 뱃속에 막혀 있는 위장들이 제 자리를 찾아가는 느낌, 단추를 풀며 깨달았다.
그래서 한 삼주 전부터 축구를 볼 때 마다 꼬박꼬박 사이클을 한 시간씩 타는데 그제 회사에서 축구를 하다가 또 깨달았다. 제길 배도 배지만 사이클 따윈 체력 증진에 도움이 되질 않는다.
그래도 오늘은 술이 좀 땡긴다. 퇴근도 일찍 했는데 1박 2일 재방송이나 보면서 뒹굴거리기는 엄마한테 미안하다. 안산 사는 친구에게 연락을 했는데 처음엔 호의를 보이더니 '둘이 마셔야지' 라는 말에 급 실망 했는지 연락이 안온다. 엄마를 데리고 나갈순 없잖아 신아.
어째야 할까. 술이 너무 땡기는데-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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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현
2010년 07월 01일 16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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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실업계 고교 최초로 골든벨을 누른 누나가 책을 썼는 모양이더라.
혹시 읽어봤나?
간단한 신문기사를 보니 이 누나가 한 때 암선고받고 죽음을 기다렸다는데, 그 때 자신이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들을 적으니 73가지가 나온다더라.
문득 나도 따라서 인생의 목표를 죽 적어봤는데 고작 20개 나오니 끝나더라.
물론 그 중에는 다이어트도 있다.ㅋㅋ
너가 술 야그하니 생각나는게 다이어트인데, 난 목표가 70Kg다.
과연 언제까지 가능할지 의문이다.ㅋㅋ
술이 땡기면 차를 마시거나 정신수양해보게나.ㅋㅋ
힘내라.~~ -
iks
2010년 07월 11일 00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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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좋은 친구..
라고 생각하면 똥으로 잘 빠질거고...
웬수라고 생각하면 술은 내 뱃속으로 남아
살로 영원히 안식할거야 -
오늘도 술 드실 겁니까? 아니요, 죽을 것 같습니다. 링게르 맞고 가세요, 그리고 술을 자제하시구요, 덩치는 산만해서 약하시네. 덩치 산만한 거랑 주량에 대한 상관관계를 밝힌 논문이라도 읽으셨나보죠? 라고 대꾸하려다 말 할 기운도 사라졌는지 눈을 반쯤 뜬 채 '그저 멍하니 의사만 바라보고 있었다'
덩치는 나보다 두배나 더 큰 의사 선생님이 한 보따리의 약을 지어주며 쉬다 가란다. 간호사 누님에게 몇 시간이나 걸리냐 했더니 2시간 반이 걸린단다. 처음 와보셨어요? 라는 물음에 네, 라고 답했더니 큰일났네 이제, 하신다. 한 번 이 맛을 느낀 꽤 많은 직원 분들이 자주 찾기 때문이란다.
눈을 떴다. 12시 50분이 되어 이제 나가란다. 나가는데 아새끼들이 들이 닥쳐 링게르가 꽂힌 팔뚝에서 피가 솟구쳤다. 다시 눈을 떴다. 누군가 영어 단어를 외우라며 책을 건냈다. 큰 소리로 따라 했더니 병원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날 보며 웃기 시작했다. 영어를 노래와 함께 불러야 발음도 좋아진다며 꾸웨웨엑, 돼지 멱따는 듯한 노래를 따라하라길래 또 따라했다. 다시 눈을 떴다. 어린 애들이 귀찮게 계속 옆에서 알짱 거린다. 링게르 줄을 건드리기도 하고 만지작 거려서 저기요! 여기 좀 봐주세요! 하고 소리를 지르려 하는데 목소리가 안나온다. 애들은 계속 뛰어 다니며 내 줄을 건드리고 또 피가 솟구쳤다. 다시 눈을 떴다. 팀 선배들이다. 옷 챙겨 입고 나가잖다. 약을 주머니 속에 넣고 나갔더니 야구를 하러 가자길래 몰래 회사 뒷문으로 빠져 나갔다. 유니폼을 챙겨 입고 야구를 하려는데 링게르를 꽂았던 곳이 아프다. 공을 몇 번 주고 받았다. 다시 눈을 떴다....
기억나는게 이쯤이고 이 외에도 에피소드가 한 5개는 더 있었던 듯 하다. 동굴 속을 탐험하다가 눈을 뜨기도 했고(물론 그 눈을 뜬 상황 역시 꿈이다) 병원에서 일어나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다시 눈을 뜨기도 했다.
링게르에 환각 성분이 들어 있는게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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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웃음 뒤에 그늘이 져 있어"
"너 올 해 들어서 가족들 앞에서 앞에서 웃은 적 있어?"
"너가 제일 힘들어 보이는데?"
요 근래 만난 친구들과 가족들한테 들은 이야기. 신나는 일도 없고 즐거운 일도 없고 인생 걱정, 짜증에 짜증만 더하다 보니 될 일도 더 안되는 듯 하다. 인생의 아홉수를 참 지랄맞고 거창하게 보내는 듯 한데 행여 나 스스로를 우울함 속으로 가둬 두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필요 없잖아.
억지로라도 더 떠들고 웃고 말도 안되는 개그치며 조금 밝게 인상을 바꿔봐야겠다. 가뜩이나 험상 궂은 얼굴에 플러스 알파를 끼고 다니니 뭐. 머리는 너무 아프고 한숨은 미친듯이 늘고 기력이 바닥을 기는 것이 이대로 가다간 뭔 일이 나도 크게 터질 것 같다. 2주 전이었던가? 쪽팔리게도 1박 2일의 MC 몽을 보다가 재밌어서 우는게 아니라 슬퍼서 눈물이 나왔다. 예능이 쉬운것은 아니겠지만 참 고생한다 몽이형. 나야 뭐, 그 정도까지 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내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는 주지 말아야 하지 않겄나.
기운을 내보자. 억지로라도 흥얼 거리고 눈 좀 크게 뜨고(크게 떠지지 않지만) 어깨를 피자. 이대로 죽을 원씨가 아니잖아. 두 주먹 불끈 쥐고.
1박2일 보고 덧. 김C 의 모습을 보고 용기를 얻었다. 나와 그를 비교하는 건 일단 말이 안되지만 그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한 달, 남은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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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현
2010년 06월 07일 00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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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다음에 만나면 신상훈 교수가 전해준 웃음 강의를 해 줄게.ㅋㅋㅋ
진짜 남을 웃기는 것이 자신의 경쟁력이 되어 버렸네.~ -
소연
2010년 06월 09일 00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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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음악은 기보법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어떠한 소리까지 음악으로 인정하는지 아직도 정확히 알 수 없대요. 원시인들이 목소리나 악기로 의사 소통을 하려는 시도, 새나 동물의 소리를 모방하는 과정, 또는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했다는 설이 가장 지배적이구요 그러다가 신에게 드리는 종교의식이나 축제를 위하여 진보된 음악이 필요해지면서 점차 발전했다고 배운 기억이..ㅎㅎㅎ 뭐 음악의 기원에 대해서는 아직도 끊임없이 연구중이라는거..ㅎㅎ
암튼 오빠 궁금하실까봐 살짝 달아놓고가요~~
그리고 아홉수때문이라고 생각하시는 일들은 액땜이라고 생각하시고!!!
이제 좋은일만 있을거에용 제 기운을 불어넣어드릴께요 ㅎㅎㅎㅎㅎ
유쾌한 오빠가 좋다구요 ㅎㅎ 힘냅시다~~~~~~~~~~~~! -
iks
2010년 06월 22일 15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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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 원씨같은 녀석아..
니는 잘하고 있다...
걱정, 고민은 내 인생에 분명히 필요한 부분이지만
그게 다는 아니잖아..
호서방.
넌 충분히 잘하고 있다..
식이요법을 하겠다고 점심 반찬으로 나온 고기는 조금, 부추와 김치, 두부는 이빠이 담아 밥을 먹는데 함께 밥을 먹는 과장님 역시 소식을 하시는지 밥의 양이 내것의 1/2이다. 결국 속도를 맞추기 위해 후다닥 먹고 난 뒤 물을 마시고 나니 전쟁을 치르고 난 듯 힘이 든다. 요란스럽게 소화를 시키는 듯한 위를 두득이며 느긋느긋 걸어 들어 오는데 2003년도 한 때 날 괴롭혔던 생각이 문득 온 몸을 덮친다. 너, 밥값은 하고 사냐?
또 다시 자신이 없다. 왜 사는지, 뭘 하려고 하는 건지에 대한 물음에 자신있게 '이거요!' 라고 외칠 수 있는 꿈들이 사라져 버렸다. 포기할 수 있는 용기, 할 수 있는 용기도 구분 못하고 있는 내게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성년의 날이란다. 2002년도 성년의 날, 먹어서는 안될 것들을 합친 술을 바가지로 퍼먹으면서도 싱글벙글이었던 이유는 활짝 펼쳐진 앞날과 이제는 '성년' 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는 자체발광 어른스러움이었다. 몸은 어른이 되었지만 생각 자체는 아직도 덜떨어진 수준으로 시간만 잡아 먹을지 몰랐었고 20대를 마무리 할 때에는 내가 뭔가를 하고 있을 줄 알았다.
그래서, 오늘은 퇴근 대신 술이나 마셔야 겠다. 광희형님, 같이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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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잔 하다가 생각나서 전화 했다는 후배들의 전화를 끊고 늘어지게 누워서 뒹굴거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뭐 대단한 놈이라고...' 항상 먼저 전화해 주고 생각해 주는 그 놈들이 너무 고마워 짧은 문자 한토막 보냈더니 아직도 같이 있는지 비슷한 답문이 돌아왔다.
사내 자식들끼리 주고 받은, 이곳에 옮길 수 없을 만큼의 낯뜨거운 내용이지만 문자를 한참 곱씹어 읽으며 고마운 마음에 눈물이 날 뻔 했다. 유치한 대사 + 뻔한 대사 + 70년대식 대사로 옮기면 "짜식들" 이라는 한 마디와 함께 방그레, 웃음이 나왔다.
고마웠다. 별거 아닌 날 응원해 주고 믿어주는 그네들의 모습에 불끈, 힘이 났다. 같잖은 선배지만 손가락질 당하고 쯧쯧쯧, 혀 차는 소리를 듣는 그런 인간이 될 순 없잖아. 고맙다. 내 옆에 있는 너희들 덕분에 오늘밤 죽는 소리 하며 잠들 것 같진 않다. 설사 결과가 좋지 못하더라도, 아득바득, 뭔가 끊임없이 대가리 굴려가며 한살이라도 많은 티 팍팍 내 볼테니 지켜봐 주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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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밑의 살들이 파르르르 떨리기 시작했고 다크 서클이 생기면서 가뜩이나 없어 보이는 외모에 옵션 한 개 추가했다. 잇몸 염증은 다시 도지기 시작했고 목구멍이 슬슬 간지러워 지더니 결국 금요일 밤에는 온 몸이 으슬으슬 거리며 재채기에 콧물까지 가지가지 하는 인간이 되어 버렸다. 토요일 학원을 띵가고 늘어지게 잠을 잤다. 안되보였는지 평소 같았으면 소리 지르며 깨웠을 엄마도 머리 한 번 쓰다듬더니 방을 나가셨고 결국 11시쯤 일어나 무거운 몸을 이끌고 주사 한 대 맞고 왔다. 저녁 약속이 잡혀 있어 어쩔 수 없이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었지만 동기가 끌고 나온 '차' 가 없었으면 아마 집에 오는 길 꼴까닥 쓰러졌을것만 같다.
결국 오늘 하루 종일 누워 보냈고 억지로 자고 또 자고를 반복. 내일은 또 출근이다. '일' 에 재미를 못찾겠다. 열심히 할 의욕도 안생긴다. 그저 하루하루, 들어오는 월급과 빠져 나가는 카드값을 계산하며 그렇게 시간을 흘려 보낸다. 나이 29. 아홉수라서 재수가 없는건가. 인생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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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들어서 9시 퇴근이 잦아졌다. 9시 퇴근이라고 해 봤자 8시쯤 슬쩍 나와서 퇴근 버스가 줄지어 기다리는 정문 게스트룸에 앉아 50여분 동안 책과 신문을 비비적대니 정확히 말하면 8시 퇴근이다. 점심 저녁 두 시간 제외하고 아침 8시부터 10시간 근무. 주 50시간 근무. 여기서 수요일에는 5시 퇴근하니 -3시간, 금요일도 자주 5시에 퇴근하니 -3시간. 하면 정확히 44시간. 실제 대한민국의 주당 노동시간이 44시간이라는데(OECD국가 중 자랑스런 1위) 노동생산성은 30개국 중 22위라는 것이 참으로 멋지다. 일본은 주당 34시간, 미국은 35시간, 네덜란드나 독일은 27시간이라는데. 그러고 보니, 그나마 우리 회사 정도 되니까(대리까지는 조합원 소속!) 실제 주당 44시간 일하는 거지 과장급 이상 직원들의 노동시간은 무서울 정도다. 월~금요일 내내 9시. 점심, 저녁 시간 빼고 하루 11시간 근무. 수요일에는 한 시간 빨리 퇴근하니 10시간에 토요일 오전 근무까지 하니 3시간 추가. 주당 57시간 정도 근무하는 건데 이것도 그나마 다른 회사에 비하면 나은편에 속한다. 삼성이나 엘지 다니는 친구들이 들으면 지랄지랄할거다 아마.
아, 이 말 하려고 쓴게 아니었다. 싹뚝, 잘라서.
9시 퇴근 버스에 타면 술 냄새가 간간히 풍겨온다. 회식을 마치고 퇴근 버스에 오른 직원들이 내뿜는 알콜 향인데 얼마 전에는 한 여사원이 버스 맨 앞 자리에 구겨진 채로 전화기를 붙들고 울고 있었다.
"오빠, 미안해. 나 왜 이러니 정말. 미안해. 나 술 많이 먹었어. 나 원래 폭탄주 안먹는데 오늘 막 섞어 마셨더니 취했나봐. 나 어쩌면 좋아 미안해 미안해"
정말 구겨져 있었다. 의자가 아닌 바닥에 두 다리 쩍 펴고 앉아 가끔씩 욱욱 거리면서 갖은 주정을 다 부리고 있었는데 일행으로 보이는 또 다른 여성이 꿀물을 사와 먹이며 자꾸 "어째 어째" 하면서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보더라. 결국 버스가 출발할 쯔음 속을 뒤집었던 모든 것들을 게워내기 시작했는데 하필 투명 봉투가 옆에 있었고 나는 하필 바로 그 옆 뒷자리에 앉아있어서 쫙 찢어진 나의 시야에 딱하니 걸리고 말았다. 평소 뱃 속에 꼭꼭 숨겨 둬서 볼 수 없는 것들인데 영광으로 알아야 하는건지. 아, 이 말 하려고 쓴게 아니었다. 다시 잘라서.
9시 퇴근 버스 맨 앞자리에 앉는 것을 좋아한다. 커다란 앞 유리로 훤히 뚫린 앞을 보는 것도 답답하지 않아 좋다. 살짝 잠이 들더라도 먼저 내리는 직원들의 바스락 거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내릴 곳을 지나치는 혹시 모를 불상사에 대비할 수도 있다.
그날도 앞에 앉아 신문 펼쳐 놓고 음악 들으며 버스가 출발하기를 기다리는데 그 날 따라 버스 기사 아저씨에게 물어보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 "이 버스 어디어디 가요?" 평소 9시 퇴근 버스를 잘 활용하지 않거나 다른 곳을 가야 될 경우에는 매 시간 노선이 다르기 때문에 미리 확인하지 않으면 당췌 어디서 내려야 하는지 잘 모른다. 그런데 버스 기사 아저씨의 대답이 멋졌다. "저도 모르는데요" "정말 몰라요" "저도 오늘 처음 운전하는거라..."
결국 출발 2분여를 앞두고 입사 1년 반만에 당황스런 장면을 목격했다. 기사 아저씨는 버스 시트 사이에 있는 복도에 서서 슬쩍 앞 뒤로 이동하며 외쳤다.
"여러분, 제가 길을 모릅니다. 어디서 내려야 하는지, 어디서 서야 하는지 모릅니다. 안산까지 가는 길만 압니다. 안산 들어서면 여러분들이 좀 알려주십쇼"
옆 좌석에 앉은 내 또래의 직원과 눈을 마주치다 서로 웃었고 일전에 술에 취해 버스 바닥이 침대인냥 뒹굴거렸던 여직원과 그 옆에서 '난 상관없어요' 라는 표정과 말투로 챙겨주는 척 대충대충 싫은 티 팍팍 냈던 또 다른 여직원도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 때,
"아저씨, 이게 평일 노선이에요? 그럼 내가 알구요. 그럼 내가 가르쳐 줄게요. 이거 평일 노선이에요?"
이건 또 무슨 핸드폰 줄 뜯어먹는 소리인가. 9시 퇴근 버스는 수요일이 아니기에(수요일 막차는 8시) 당연히 평일 노선이고 주말에는 9시 퇴근 버스가 아예 없다. 그 말씀을 한 사람을 가만히 보니 약주 한잔 들이키신것 같은데 결국 내 옆자리에 앉더니 기사 아저씨를 안심시킨다.
"내가 알려줄게요"
70여대의 퇴근 버스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옆자리 술 취한 아저씨는 몸을 앞으로 기대고 기사 아저씨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근데 기사님. 최소한 이 버스에 탄 승객들을 책임지는 분이라면 ... (아니, 다시하자) 근데에 기이사아님, 최소안 이 버수에 탄 승객드으을 책임졌으면은 노선은 응? 노선은 알아야지(누가봐도 취했다)"
기사님 왈 "그 얘기를 회사에다 좀 해주세요. 전 마북 연구소 담당이었는데 갑자기 오늘 이리로 가라는 걸 어쩝니까. 전 아무힘이 없어요. 대충 길을 물어 왔는데 안산 시내 들어가면 저도 잘 모를 것 같아서요"
"아니 그러니까, 최소한 준비는 하셨어야죠. 승객들은 말이죠... 솰라솰라"
술 취한 아저씨의 충언이 작렬하기 시작했고 한 번도, 두 번도, 세 번도 아닌 7번 정도 같은 말을 한 것 같다. 마침내 기사 아저씨도 짜증을 내기 시작했고 뭔 말을 하려니깐 "아아아, 알았어요 알았어요" 하고 말을 끊더니 또 말을 하기 시작한다. 옆에 있던 내가 다 짜증나기 시작했는데 조금만 참으니 조용해 졌다. 평일 노선이라면 자기가 알고 있으니 길을 알려 주신다고 뒷 좌석에서 오신 이분은 앞자리까지 오셔서 '푸....' 거리시며 주무시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집에 일찍 가고 싶은 나와 옆 좌석의 내 또래 직원이 길 안내를 하기 시작했다.
재밌는 건 평소 내리는 곳이 아닌 곳에서 옆좌석 직원은 "여기서 세워주세요" 라며 얘기했고 문이 열리자마자 번개처럼 뛰어 나갔다. 물론 그 직원 말고 내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내가 내릴 때가 다가오자 술에 취해서 버스 바닥을 구들장처럼 사용했던 여직원과 그 옆에서 웃는척, 열라 짜증냈던 또 다른 여직원들이 바톤을 이어 받은 눈치였다. 내가 내리려고 문 앞에 서자마자 그들은 "아저씨, 여기서 선 다음에 쭉 직진하시면 되요" 라는 말을 하는 것 같았다(이어폰을 꽂고 있었다).
그냥, 재밌었다. 점심 저녁 시간에 탁구를 치거나 축구를 하는 것 말고는 '재미' 라곤 전혀 찾을 수 없는 회사에서 그냥 그냥 흘러 넘길 일들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고 체념하고 있는 것이 편하다는 것을 알았으며 억지로 웃으며 보내 버리는 시간들에 익숙해 지는 나이가 되어 있었다. 입사 1년 8개월, 통장에 돈은 두둑해 졌다만 점점 바보가 되어가는 듯한 느낌에 속은 탄다. 평일에 버스를 타고 "이거 평일 노선이면 내가 알고. 이거 평일 노선 맞아요?" 라고 물었던 술 취한 아저씨를 떠올리면 괜시리 미래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다. 애들은 커가고 인사 평가로 인해 노란 봉투를 받는 과장급 이상 직원들의 나약한 지위와 험난한 근무 환경, 어쩔 수 없이 매달리며 눈치를 보고 비위를 맞추고 욕 먹고 삭혀야 하는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모습.
안산 가는 길은 몰라도 상관없지만 앞으로 그려질 나의 길을 모른다는 것에 또 다시 슬퍼진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 퇴근 뒤 본 김연아의 눈물에 "왜이리 안되보이고 불쌍하냐. 넌 너대로 사는 게 또 얼마나 힘들었니" 라는 생각에 가슴이 미어지고 코 끝이 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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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현
2010년 03월 02일 19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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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셀러던트가 대세더라.
다들 쉬쉬하면서, 회사에 인생을 올인하느니, 나만의 길을 찾겠다고 공부하는 사람들을 많이 목격한다.
대한민국 사회가 워낙 자고나면 바뀌는 곳이라서 이렇게 치열하게 살지, 바로 옆에 일본만 하더라도 선배들의 노고를 먹고 사느라 바쁘더라.
세상을 향해 홀로 설 수 있는 그날까지 참고 실력을 기르자.
원씨 글은 진짜 재밌다.ㅋㅋㅋ
자주 놀러올게.~ -
거범
2010년 03월 02일 22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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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쿠 형님ㅋㅋㅋ
전 포항 출장이에요ㅠㅠㅠㅠ
역시 포항은 멀군요.
못뵌지 오래된 것 같다는 느낌이 휙 와서 들러봤습니다. 원씨닷넷에. -
상원
2010년 03월 08일 13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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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점심먹고 오랜만에 여기 들어왔다가.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형이 여기 적는 이런 글 읽으면,
진짜 구수하고 사람 냄새가 나는거 아세요?
바쁘고 힘들어도 저와 같이 종종 찾는 애독자(?)들을 위해서~
글쓰는거 계속 해주세요!!!ㅋㅋ
#2. 일주일에 몇 개씩의 글은 꼭 쓰자, 라는 다짐이 무색할 만큼 블로그에 글이 올라오지 않고 있지만 구정 전부터 하루에 한 개씩의 글을 매일 쓰고 있었다. 회사에서 진행중인 팀 '탁구리그'의 그날 그날 기사를 업데이트하고 있다. 뭐, 내가 대회를 주최하고 대회에 참가했으니 혼자 꿩먹고 알먹고 하는 놀이지만 은근 재밌다. 읽어 주시는 선배 사원, 대리, 과장님들이 "야 무협지 읽는 것 같아 낄낄낄" 이라는 말 한마디엔 힘이 불쑥 솟는다. 매일 승패를 기록해 순위를 올리고 기사를 쓰다보니 옛날 생각이 많이 난다. 나도 한 때는 이런 꿈을 꿨었는데, 하면서.
참가자 9명 모두 막내의 말에 잘 따라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오늘은 내일부터 시작될 FA컵 상품과 1차리그 시상식 상품을 정리했다. 참가비까지 받으면서 시작하니 왠지 그럴듯 해 보인다. 이것도 병인것이, 내가 나서서 뭐든 해야 직성이 풀린다. 탁구 때문에 운동도 하게 되고 팍팍한 삶에 한가지 즐거움이 생겼다. 다들, 힘들고 어렵고 짜증나는 회사생활 하고 계셨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배부른 불평은 접자 좀.
#3. 옆 팀 재현이네 그룹과 함께 회사 내에서 하는 공모전(?)에 참가해 1차 예선을 통과했다. 80여개 팀 중 20개 안에 들었는데 다음주에 이 중 또 8개를 걸러버린단다. 얄미운 회사. 시작 할 때 도와준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다음주 발표를 앞두고 아이디어 회의 끝에 '광고 제작'을 맡았다.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나름 아이디어로 이것저것 꾸미다 보니 허접하지만 그럴듯한 광고가 나왔다. 덕분에 무비 메이커 완벽 마스터 크크크.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하루를 죄다 반납했는데 동영상 변환하고 피씨방에 포토샵이 없어서 글씨 꾸미는데 거진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듯 하다. 결국 동영상에는 무비 메이커를 이용해 글을 올렸지만-_-
떨어지면 상관없지만 만약 본선까지 나가게 되면 일정 금액으로 차를 한 대 만들어야 한다. 기대는 안하지만 괜시리 되면 재밌을 듯 하다. 연구장학생 할 때 제대로 못했던 자작차 만들기, 이번엔 제대로 할 자신(!?) 있는데 말이지.
#4. 장염 때문에 구정 연휴 전체를 반납하고 낑낑 거리다가 이제야 배가 정상으로 돌아온 듯 하다. 몸무게 빠진 김에 소식을 좀 하려다가 통닭 한 마리 시켜 싹싹 비워 버리고 내일부터(!) 올 해 목표 중 하나인 몸관리에 들어가려고 한다. 밥의 양을 줄이고 군것질 없애고 운동하고. 팔뚝이, 손가락만큼 가늘어졌다. 덩치에 비해 팔목도 얇고 손도 작은 것이 난 천상 펜을 굴려야 하는 인생인가보다(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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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_- 2009년 첫 해에도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한답시고 연습장 펴 놓고 이것저것 끼적거렸었구나. 자! 시베리안 야생 수컷 호랑이!! 보다 더한 백호랑이의 해라고 하니, 괜시리 내 이름의 가운데 글자인 '호' 자와 맞물려 기분 좋은 한해, 발전하는 한해가 될 것 같아 기분이 우쭐(!)해진다. 막장 드라마인 '아내가 돌아왔다' 머시기에 눈 돌리지 말고! 책을 읽자.
새해 복 많이 받고 올 해는 좀 잘 나가야지(!).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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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이모부가 돌아가셨다. 올 5월에 간암 4기 판정을 받으셨고 6개월여만인 12월 3일 아침 삶의 끈을 놓으셨다. 2주 전 병원에서 만났을 때는 여의긴 했지만 식사도 혼자 잘 하셨고 이런 저런 말씀도 많이 하셨었는데.
하루하루, 화장실을 잘 갔네, 밥을 잘 먹었네, 얼굴이 좋아졌네 등 일상적인 일들이 이모와 이모부에게는 너무도 큰 변화이자 간절함이었다. 하루가 얼마나 길고 고통스러웠을지, 혹은 작은 변화에 붙잡게 되는 희망의 끈은 또 얼마나 매정하고 날카로웠을지.
본인이 떠나는 날을 알고 계셨는지, 눈을 감기 하루 전인 12월 2일, 이모부는 가족들에게 유언을 남기셨다고 한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잘 부탁한다. 하얀 국화꽃 안에서 눈을 감고 계신 모습이 평온해 보였다. 이모의 "사랑했어요. 영원히 사랑할게요" 라는 마지막 한 마디는 반쪽의 슬픔을 억지로 미화하는 것 같지만, 그 순간만은 너무 아름다워 눈이 부셨다.
며칠이 지났다. 남겨진 자들의 삶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슬픔' 이라고 정의 된 감정에 익숙해 지면서 삶은 흘러갈테다. 문득 '삶' 이라는 것에 대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영정 사진을 앞에 두고 눈물을 흘리면서도, 꼬르륵 거리는 소리에 배를 어루만지는 것. 거창한 무언가를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라 정말, 이런 모습 자체가 딱 '삶' 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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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다는 생각이 들때가 최적의 타이밍이라는 말로 자위하며 한 번 해자꾸나. 낄낄낄.
ps.한 1년~2년 뒤 이 글을 보고 있을 때 나는 어디에서 뭘 하고 있을까!!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을지도! 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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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울 자세만 되어 있다면 어느 누구에게서도, 심지어 쫄랑 거리며 꼬리를 흔들어대는 짐승들에게도 배울점은 존재한다" 라는 '개똥철학' 을 다시금 되뇌이며 지난 1년간 퇴보하는 듯한 느낌에 허우적 거렸던 것은 바로 내 자신 때문이라는 겸손함으로 지금의 상황을 마주하련다. 일이 없어도 9시까지 남아 있는 것, 괜찮다. 아무도 관심 가져주지 않아도 꿋꿋히(심지어 3개월 교육을 다녀왔는데도 교육 갔다 왔는지 모른분도 계신다), 높으신 분이 내 이름만 모른다고 해도(회식자리때 딱 걸렸다. 나만 건너 뛰더라) 난 괜찮다. 가담했던 조직에서 존재감이 사라지는 지금의 현실. 괜찮다. 나는 괜찮다.
긍정의 힘을 믿고 보다 밝게, 보다 환하게, 나는 잘 되리라는 믿음으로 지금의 이 시간을 견뎌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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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 섭섭하다. 앞으로 직장 생활을 하면서 11주간 5시 칼퇴근 할 일이 있을까. 그만큼 개인생활을 할 수 있는 시간이 현저히 줄어드는 것은 아쉽지만 주말마다 왔다리 갔다리, 쏟아 부었던 체력을 아낄 수 있다는 것, 집밥 먹고 보다 깨끗한 공기 속에서 쾌적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시원하다. 더해서 이제는 조금 회사에 보탬이 되는 업무도 떨어질 거라는 기대에 여지껏 눈치밥 먹으며 월급 받아 왔던 허약했던 심리 상태에서 벗어나 두 어깨 쫙 피고 사무실을 누빌 수 있지 않을까, 라는 부푼 기대(?)까지(물론 막상 업무 들어가면 다들 울더라).
해야 할 것들을 잔뜩 적어 놓고 하나씩 핥아 보니 또 다시 결론은 "부지런하고 열심히 살자". 조금 더 자신을 가꾸는 09년도가 되자! 라고 소심하게 다짐하면서 달력을 보니 벌써 6월 중순으로 접어 들고 있었다. 제길슨. 노력하자 원씨야. 단, 그룹원 모두 출장을 가 혼자 남게 된 내일까지는 약간 널널히...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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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시간에 푹 삶아 늘어진 비겟살처럼 흐믈거리는 교육생들을 앞에 두고 영 강의할 맛이 나지 않으셨는지 강사님께서 동영상 강의를 보여주셨다. 나 역시 무섭게 감기는 두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비틀거리다 이마를 책상위에 붙인 채 잠이 들고 말았는데 강연의 핵심내용은 "꿈이 있어야 합니다. 목표가 있어야 합니다" 였다. 그래야 자신처럼 유명해진대나 어쨌대나, 하여튼.
없는 실력으로 한창 기자를 꿈꾸던 군복무시절,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신문을 파고 사설을 외웠다. 어줍잖은 글들을 써내려가며 이것저것 참으로 많은 책을 뒤적였고 영어 공부 및 상식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때는 확고한 꿈이 있었다. 비록 게으름과 능력 부족을 탓하며 '기자'라는 꿈은 언감생심 고이고이 접어 속주머니 속에 쏘옥 끼워 넣었고 자식을 낳으면 신문지에 돌돌 말아키워야지 라며 위안(?)을 삼았지만 그래도 당시 확고한 목표 덕에 나풀나풀 봄날에 흩날리는 벚꽃처럼 내 의지는 약하게 흔들리지 않았었다. 그리고 나의 단단한 무게 중심으로 언제나 내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결국 엔지니어의 길로 들어서 사회로 첫발을 내딛은 지금, 갈팡질팡 거리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과 의지력의 부족은 꿈이 얼마나 중요한가, 인생의 목표가 얼마나 필요한가를 절실히 깨닫게 한다. 인생의 큰 목표로 "난사람" 보다는 "된사람" 이 되겠다는, 나로 인해 주변 사람들이 즐겁고 행복할 수 있다는 거창한 계획은 세워 놓았다만 가지쳐 흘러나오는 작은 계단 공사는 아직도 미완성이다. 화목한 가정을 만들자,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자, 라는 말은 꿈이 없는 자신을 포장하기 위한 변명거리에 불과하지 않을까.
가만히 앉아 2010년 29살, 2011년 30살.. 쭉쭉쭉 2050년 69살까지 써내려갔다. 30대에는 이것을 하고 40대에는 저것을 하고 50대에는 요것을 할까, 라는 항목 하나하나를 생각해 보니 결론은, 이렇게 살아서는 절대 안된다는 것. 인생의 계획이 있기에 나는 지금 이 길을 선택했다, 라고 말을 해 보지만 아직 그 꿈과 목표는 흐리멍텅하기만 하다. 어쩌면 아직 내가 선택한 직장에서 눈에 보이는 '일' 을 해본적이 없어서 일지도 모르겠지만 이것도 나약한 나 자신에 대한 변명이 아닐까.
지난 3주간 울산에서의 칼퇴와 함께 탁구와 볼링, 당구를 즐기며 시원스럽게 놀았다. 오며가며 어떻게 해야 하나, 라는 많은 생각들을 이어가긴 했지만 아직도 주먹을 꽉 쥘만큼의 확고한 '무언가'가 부족하다. 아직 밑그림 단계. '빈센트 빈센트 빈센트 반 고흐' 라는 책을 읽으며 그의 해바라기 그림을 롤모델 삼아 가슴 벅차게 살아보겠다던 2004년도의 젊었던 그때가 문득 떠오른다. 그의 감각적인(개뿔 미술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지만-_-) 붓터치처럼 나만의 해바라기를 하나 둘 완성해 가자던 의지력은 대체 어디간걸까.
조금 더 열심히 살자, 조금 더 부지런해지고 조금 더 잠을 줄이고 조금 더 뻘짓(!)을 줄이자. 7주간의 울산교육 일정이 또 다시 앞에 나타났다. 제길슨, 막막하긴 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밑그림을 완성시키고 연구소로 돌아가는 그 날, 화려한 손놀림으로 나만의 화법을 익혀보자. 불안해 말고, 어려워 말고, 의심하지 말고, 그렇게 그렇게 날자꾸나 원씨!
일단... 다음주에 소고기와 막창집 한 번 더 가고..-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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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간만에 밤샘작업.. 이 아니구나. 발표자료를 만들다가 오지게도 부족한 한계를 느끼다 보니 갑자기 하기가 싫어진다. 자료를 보충할 책들을 챙기다가 너무 졸려 커피 한 잔, 누나가 만들어 준 계란 후라이 한 개로 허기를 때우고 다시 앉았건만 집중이 되질 않는다. 잠시 머리를 식힐 겸 시니어 관련 아이디어를 후딱 써서 메일로 보내고 전공 설명회 관련 문서를 열어 놓고 글을 정리하려는데 아, 만사가 귀찮다. 마음에 안드는 부분 몇 줄을 지우고 곰곰히 읽어보니 아예 통째로 바꾸고 싶어서 글을 싹 다 지웠다가 머리가 정상 상태가 아닌 것 같아 다시 뒤로. 뒷목이 뻐근한 듯한 느낌에 피로나 풀겸 욕조에 뜨끈한 물을 틀고 들어 누워 잠시 명상에 잠겼다. 샤워 타올로 문지르는게 귀찮아 바디샴푸를 미친듯이 욕조물에 풀어 거품도 내봤다. 아오 개운한데 졸려.
#2. 어머니가 일주일간 여행을 가셨다. 나는 말이지, 내가 운전을 할 수 있다는 것과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 줄 모른단다, 라며 풍류기질을 내비쳤던 어머니. 놀라운 것은 그 빈자리를 소리소문 없이 아버지가 하나 둘 가려내고 계셨다는 것. 엄마! 빨리 돌아와요. 엄마가 안계시니까 아빠가 텔레비 틀어놓고 만날 잠들어요!
#3. 석달간의 기나긴 울산교육을 위해 짐을 쌌다. 물론 매 주말마다 집으로 돌아오지만 울산에서의 기나긴 생활을 어찌 보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연신 생각이 많다. 첫주는, 일단 너무도 바쁘게. #1 에서 못한 것들을 챙겨야 해서... 제길슨.
#4. 내가 누리고 있는 행복과, 나로 인해 언짢았을 사람들의 '저 말새끼' 하는 것과의 상관관계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잠깐 고민했다. 역시나, 나는 소심해요.
#5. 행복과 불안감 사이에서 아슬아슬, 가늘고 휘청거리던 줄을 8차선의 안정감있고 뻥 뚫린 길로 만들어 가는 것이 참으로 어렵고 부담스럽게 다가오면서도 지금 느끼고 있는 이 설레임이 마냥 좋다. 조심스레, 잠겨있던 봉인을 풀고 온 마음으로 상대를 대하는 것, 참으로 오랜만에 해보는 어린아이 같은 행동. 그래도 긴장을 풀지 말아요. 아직 우리는 알아야 할 것들, 배워야 할 것들, 그리고 해야 할 것들이 너무도 많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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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오래만에 블로그 들렸다가 아직 열기가 식지 않은 뜨끈뜨끈한 글 읽고 갑니다. 아직 결과도 안나왔는데 벌써 내년이라니요~꼭 좋은 결과 있을거에요. 아자~
내가 생각해도 너무 부끄러워서 얼굴이 화끈거린다 ㅠㅠ 옮기는거 쉽지 않구나.. ㅋㅋㅋ 15기 16기 모임 껀수가 추진 중? 달려볼까...ㅋㅋㅋㅋ
ㅋㅋ 넌 잘생겨서 면접만 보면 바로 합격인데 ㅋㅋㅋㅋㅋ
내 인생에 목표가 하나 더 추가됐다.
너보다 나중에 죽을 것이다. 네가 죽고 나면 네 뼈를 고이 고아서 사골을 해 먹은 뒤 10년을 더 살 것이다. 남은 네 뼈는 너의 예전 명언대로 갈아서 당구 다이를 만드는데 쓰겠다. 그리고 그 당구 다이는 내가 불태워 버리겠다. 그래도 뼈가 남는다면 최악의 묘자리를 찾아내어 그곳에 묻어 버리겠다. 대대손손, 안 좋은 기운이 전씨 가문에 뿌리 내리기를 간절히 기도하겠다.
이쯤 되면 저주구나 ㅋㅋㅋㅋㅋ
호섭 오빠! 좋은 소식 있을 거에요~
정환 오빠 너무 오랜만 ^^
너네 들은 항상 요런 곳에서 서로 인사하더라... ㅋㅋㅋㅋ
성아야, 영어를 잘 하려면 어찌 해야 해?
오 이거 신기함
:D
x-( 
-_-;; 이런거 하지마..
성아 안녕 ㅋㅋ 그리고 원호섭 너는 잘생겨서 영어 못해도 되 ㅎㅎ
양키한테도 얼굴로 말해요~~~~~~~~~~~~~캬캬캬캬캬캬캬캬
인생의 목표가 수정 되었다. 넌, 내 손으로 죽이겠다. 살을 갈기 갈기 찢은 뒤 내장으로 데코레이션 한 방에서 네 뼈를 톱으로 조심스럽게 잘라내오 오도독 오도독 씹어 먹어 버리겠다. 눈알은 먹물을 쪽 빨아내어 흰자만 남은 것을 크리스마스 트리에 장식품으로 걸어 놓겠다. 네 머리는 크리스마스 트리 맨 위를 장식하게 될 것이다.
아..마음히 심히 요동치고 있는 요즈음에 발길이 닿아 들렸는데
재미있고 기발한(?) 원씨님의 댓글에 회사에서 혼자 킥킥대다가
오늘도 용기내서 오랫만에 이렇게 댓글 올립니다
저역시 이 성격은 왜 쉬운길도, 그렇다고 마음이라도 편한 길을
어쩌면 이리도 택하지 못하고 있는건지.. 저역시 업보 일까요?..
이정도의 기준이 명확하진 않으나,
삼십일년이란 삶을 그래도 잘 살아왔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중요한 시점에서는 어리석은 선택만 하고 있는 것 같아
이제는 무언가를 결정해야 하는게 두렵기 까지 합니다..
괜히 들려서 푸념만 늘어놓고가 죄송스러운 마음입니다..
아, 저도 그렇답니다. 중요한 시점에서의 어리석은 선택들.
인생을 두 번씩 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도 요즘 30을 앞두고 제 인생 앞으로 어찌 될지 참으로 고민이 많답니다 ㅠㅠ
제 블로그는 푸념 전문, 자기 비하 전문 블로그입니다. 푸념 환영, 자기 비하는 더더욱 환영합니다. 개인적으로, 잘난척 하는 걸 굉장히 싫어하는지라(물론 잘난 사람이 잘난척 하면 전 1000%수용합니다 ㅋㅋㅋ) 자기 비하를 특히 저는 좋아한답니다^^ 죄송스럽다니요!!
그리고, 누님일지, 형님일지 모르는 bcpmj님, 어서 블로그의 주소를 남겨 주시지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