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3'에 해당되는 글 9건

  1. 2010년 03월 30일 세상꼴 (2)
  2. 2010년 03월 26일 YEHS 가입 문의
  3. 2010년 03월 25일 다른
  4. 2010년 03월 23일 문자
  5. 2010년 03월 22일 몸살 (4)
  6. 2010년 03월 16일 드라마 vs 현실 (2)
  7. 2010년 03월 12일 월차 (2)
  8. 2010년 03월 09일 보통 사람
  9. 2010년 03월 06일 사람 인간 (2)

세상꼴

딴지 2010년 03월 30일 00시 38분

#1. 토요일 아침 집 앞으로 날라 온 조선일보의 대문짝만한 사진과 글에 깜짝 놀랐다. 바로 옆에 다소곳이 놓여 있던 경향신문에선 찾아 볼 수 없던 기사들. "0시 5분 현재.." 로 시작 된 커다란 문자에 따르면 0시 5분 기사를 받아 돌리고 돌려 이미 집집 마다 배달 준비를 마친 신문과 바뀌었을 것이고 그 늦은 시각에 전국 방방 곡곡에 배달되어 신문을 찾는 독자들에게 소식을 전달했다. 얇은 두께의 경향신문이 앙증맞게 보이기도 했는데 현재 우리 언론 시장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했다.
 더해서 천안함의 침몰을 '북한의 기뢰' 쪽에 비중을 두며 '좌시할 수 없다'는 조선일보의 모습과 대비 된 경향신문의 차분한 논조를 읽으며 '대한민국이 왜 희한하게 흘러가는지' 지극히도 보통 사람인 원씨도 조금은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좌시할 수 없다' 는, 원인이 밝혀진 뒤에 좌시하던지 말던지 해도 될 듯 싶은데. 퇴근 길 버스에서 본 뉴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SBS는 아나운서의 멘트 뒤 화면에 커다란 글씨로 "북한의 기뢰, 어쩌구 자시구" 라는 문구로(정확히 기억이 안나지만 하여튼 의미는) 북한의 기뢰에 의한 천안함의 침몰 가능성을 크게 다루었다. 좀 천천히 가쟈 애들아.

#2. 결국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발언과(개인적 생각으론 그 인간이 독도를 한국 땅으로 인정하네 안하네, 헌법을 어겼네 마네를 떠나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시끄러워지면 지도 짜증나니까 그냥 나중에 말하라고 한 듯 하다. 법정의 책을 즐겨 읽는다면서 4대강 사업을 밀어 버리는 것 보면 충분히 그럴만큼 생각이 모자를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에...)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봉은사 외압, 이건희 삼성 회장의 경영 복귀 등 또 다른 굵직한 사안들이 금새 묻혀 버리고 말았다. 멀티 뛰는 것이 힘들긴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를 보도조차 하지 않는 언론들이다. 국민들이 궁금해서 모든 곳을 찾아다니며 직접 취재할 수 없으니 이 나라의 언론들이 좀 제대로 기사를 써 줬으면 좋겠는데. 언론이 입을 다무니 그 언론을 즐겨 보는 대한민국 대다수의 독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대한민국 자체가 이를 잃어 버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지도 모른다. 특히나 안상수라는 분은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는데 아 정말 우리 국민들, 자존심도 안상하나 모르겠다. 난 왜이리 짜증나고 자존심 상하지.

#3. 천안함 침몰로 인한 의문점과 의혹, 섣부른 '설' 들이 많이 생기나 보다. 초동 대처가 잘 됐네 안됐네, 대통령은 직접 '잘됐다'라고 했다는데 목숨을 잃은 46명의 젊은 국민들은 그럼 대체 어찌 된거냐. 뭐, 설설설을 다 떠나서 의혹이 끊이지 않고 국민들로 하여금 상상력을 원없이 발휘시켜 주는 것, 현 정부의 수준이 딱 그 정도인것 같다.

#4. 의혹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엄마 왈 "대체 왜 그런거야?" 라는 말에 "말도 안되는 얘기겠지만 또 모르잖아요. 솰라솰라 때문일지 낄낄낄(솰라솰라는 그것이 맞다)"이라고 대답했다가 혼났다. "어디가서 그런 말 하고 다니지 말아라!" 노무현 정부 때는 우리 어머니, 절대 이런 말 안하셨는데...

#5. 부디 생존자가 한 명이라도 나타났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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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덕현 2010년 03월 30일 10시 09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도 이번에 함정 침몰 사건을 보면서 대한민국 예비역의 한사람으로 정말 화가 나더라.

    우선, 대한민국을 믿고 군대보내는 부모들의 가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나 역시 내 자식이 군대가겠다면 기필코 반대할거다.

    또한, 예전 서해교전 때 희생한 전우들을 뒤로 하고 대한민국을 버렸던 유가족들의 모습이 이번에도 또한 발생하리라 본다.

    도대체 대한민국인으로 한글을 쓰고 살면서 떳떳이 세금내고 살지만, 어찌 이리도 정치인들에게 핍박받으면서 살아야 하는지 울화가 치민다.

    • 원씨 2010년 04월 01일 18시 59분  댓글주소  수정/삭제

      앞으로 사건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ㅋ

      뭐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왠지 남을 듯... 아 피곤하구나 삶이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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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HS 가입 문의

YEHS 2010년 03월 26일 16시 36분
 요즘도 심심치 않게 오는 메일 중 하나가 바로 YEHS(Young Engineers Honor Society / 차세대 이공대 리더) 가입 문의입니다. 많게는 한달에 3~4통씩, 꾸준히 오고 있는데 답변을 해드리지 못해 죄송스럽습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미 YEHS를 졸업하고 현재는 YEHS 졸업생 모임에 소속되어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제가 이렇게 저렇게 하더라, 라고 이야기 하는 것은 제 할일이 아닌 것 같아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요즘도 가끔 리퍼러 검색어 통계를 보면 "YEHS 가입 문의" 가 계속 발견되기 때문에 궁금한 점이 있으신 분은 아래의 주소로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김경환 YEHS 4대 회장 wana_free@nate.com
정해승 부회장 jhs07231222@naver.com
남아현 부회장 sweetzinc@gmail.com
이원주 부회장 bslwj926@naver.com

참고로 홈페이지는 http://yehs.or.kr (새 창으로 열기) 입니다. 한 때 운영진으로 활동한 YEHS 졸업생으로서 여러분들의 꾸준한 관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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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낙서 2010년 03월 25일 01시 42분

 원하는 노래를 제대로 듣고 싶어서 얼마 전 멜론에 가입했다. 워낙 흐름을 타지 못하는 인간이다 보니 신곡 보다는 예전에 듣던 노래를 반복해서 듣는 경향이 있는데 당췌 구할 길이 없더라. 귀가 닳도록 들었던 서영은의 노래들. 귀에 꽂고 있으니 출근 버스에서조차 잠이 오질 않는다.
 노래를 찾다 보니 서영은이 부른 '아마도 그건' 이 있었다. 영화 과속 스캔들에서 박보영이 부른(직접 부르지는 않았다고 하지만) '아마도 그건' 은 가사를 생각하지 않고 들으면 노래가 참 밝게 느껴졌는데 서영은은 참 구슬프게 불렀다. 같은 노래가 참으로 다르다.
 그런데 가사를 잘 들어 보니까 어찌 보면 살짝 미소 지으며 불러도 그런데로 맛이 나고 오만상 찌푸리면서 닭똥같은 눈물 뚝뚝 떨어트리며 불러도 또 그 노래 그대로의 맛이 살아나는 것 같다. 같은 노래가, 참으로 다르다.
 한 친구가 애인과 헤어졌다 다시 만났다는데 그 친구의 생각과 애인의 생각이 참으로 달랐다. 그 친구의 생각을 애인이 알게 되면 참으로 기분 나쁠것 같기도 하지만 속속들이 서로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하는 연애라는 것이, 정말 존재할까 싶다. 전 애인과 비교를 하기도 하고 몰래 잠시 딴 생각을 한다거나 말하지 못할 무언가를 가슴에 품고 만나면서도 머리를 쓰다듬고 입을 맞추는 것. 언제나 '사랑'이라는 것을 불완전한 인간을 채워줄 수 있는 최후의 '기적' 이라고 생각했지만 '사랑' 자체가 불완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서로 같은 '사랑' 을 하고 있지만 한 사람은 언제나 부족함에 목말라 하고 한 사람은 풍족함에 만족해 하는, 혹은 같은 '사랑' 을 하면서 한 사람은 불안에 떨고 다른 이는 그렇지 않다면.
 사랑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배우는 것, 어쩌면 그걸 통해서 넉넉하게 서로 다른 사랑도 이해할 수 있을 때, 사랑을 해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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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

일상 2010년 03월 23일 00시 31분

 술 한잔 하다가 생각나서 전화 했다는 후배들의 전화를 끊고 늘어지게 누워서 뒹굴거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뭐 대단한 놈이라고...' 항상 먼저 전화해 주고 생각해 주는 그 놈들이 너무 고마워 짧은 문자 한토막 보냈더니 아직도 같이 있는지 비슷한 답문이 돌아왔다.
 사내 자식들끼리 주고 받은, 이곳에 옮길 수 없을 만큼의 낯뜨거운 내용이지만 문자를 한참 곱씹어 읽으며 고마운 마음에 눈물이 날 뻔 했다. 유치한 대사 + 뻔한 대사 + 70년대식 대사로 옮기면 "짜식들" 이라는 한 마디와 함께 방그레, 웃음이 나왔다.
 고마웠다. 별거 아닌 날 응원해 주고 믿어주는 그네들의 모습에 불끈, 힘이 났다. 같잖은 선배지만 손가락질 당하고 쯧쯧쯧, 혀 차는 소리를 듣는 그런 인간이 될 순 없잖아. 고맙다. 내 옆에 있는 너희들 덕분에 오늘밤 죽는 소리 하며 잠들 것 같진 않다. 설사 결과가 좋지 못하더라도, 아득바득, 뭔가 끊임없이 대가리 굴려가며 한살이라도 많은 티 팍팍 내 볼테니 지켜봐 주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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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살

일상 2010년 03월 22일 00시 09분
 이번주 월요일, 팀장님께 사보기자 불허를 통보 받고 확인 사살로 지난 목요일 "포기했지?" 라는 말과 함께 참 많은 말을 들었다. 심지어 "원씨 실험실에 있나 없나 확인해보라, 어디가서 딴짓하고 있을지 모른다" 라는 말까지 하셨다니 뭐, 말 다했다. 난생 처음 관심사원으로 등록되는 순간. 좋게 좋게, 웃으며 받아 넘겨야 한다는 것, 회사 생활이란게 쉽지 않다는 거, 뭐 별에 별거 다 깨달았던 이번주는 참 힘들었다.
 눈 밑의 살들이 파르르르 떨리기 시작했고 다크 서클이 생기면서 가뜩이나 없어 보이는 외모에 옵션 한 개 추가했다. 잇몸 염증은 다시 도지기 시작했고 목구멍이 슬슬 간지러워 지더니 결국 금요일 밤에는 온 몸이 으슬으슬 거리며 재채기에 콧물까지 가지가지 하는 인간이 되어 버렸다. 토요일 학원을 띵가고 늘어지게 잠을 잤다. 안되보였는지 평소 같았으면 소리 지르며 깨웠을 엄마도 머리 한 번 쓰다듬더니 방을 나가셨고 결국 11시쯤 일어나 무거운 몸을 이끌고 주사 한 대 맞고 왔다. 저녁 약속이 잡혀 있어 어쩔 수 없이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었지만 동기가 끌고 나온 '차' 가 없었으면 아마 집에 오는 길 꼴까닥 쓰러졌을것만 같다.
 결국 오늘 하루 종일 누워 보냈고 억지로 자고 또 자고를 반복. 내일은 또 출근이다. '일' 에 재미를 못찾겠다. 열심히 할 의욕도 안생긴다. 그저 하루하루, 들어오는 월급과 빠져 나가는 카드값을 계산하며 그렇게 시간을 흘려 보낸다. 나이 29. 아홉수라서 재수가 없는건가. 인생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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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KI 2010년 03월 22일 08시 08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힘내삼!!

  2. 비밀방문자 2010년 03월 22일 21시 21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 원씨 2010년 03월 23일 00시 32분  댓글주소  수정/삭제

      어디로 갔나 했더니 이리로 이사갔구나^^
      고맙다! 조만간 보자! 맨날 보자 하면서 못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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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vs 현실

직장 2010년 03월 16일 01시 00분

 퇴근 버스를 운전하시는 기사 분들 중에 싫어하는 분이 한 분 있다. 대략 3~4주를 주기로 돌고 도는 것 같은데 이번주 "안산3" 행 9시 기사 아저씨가 바로 그 분이다. 좀 일찍 올라타 책이라도 보면서 출발 시간을 기다리고 있으면 독서등을 꺼버리는 바람에 열혈 독서광인냥 핸드폰 불빛에 의존해 책을 읽곤 하는데 불 좀 켜달라니깐 "차가 좀 쉬어야 되요" 하면서 안된단다. 7시 40분 퇴근 버스 기사 아저씨는 아예 활짝 켜놓을 뿐만 아니라 이 분 말고 다른 9시 퇴근 버스 기사 아저씨들 역시 독서등은 항상 켜 놓는다. 혹시 꺼져 있어서 미소와 함께 나근나근한 목소리로 부탁을 하면 역시 웃으며 화답해 주는데 이 분은 나의 나근나근한 미소에 '웃기고 있네' 라는 표정으로 답을 한다. 뭔가 다르다.
 한 번은 맨 앞자리에 앉아 있는 내게 발을 조심하란다. 깜짝 놀라 꼬고 있던 발을 얼른 풀렀는데 옆을 보니 정수기 물통이 하나 놓여 있었다. "먹는 물이에요" 라는 냉정한 말에 "네" 하면서 혹시나 내 발이 닿아 있었나 라는 생각을 하며 자연스럽게 다리를 또 꼬았는데 운전하다 말고 "정수기 통 있다구요. 먹는 물이요" 라면서 짜증나게 말을 또 건냈다. 그 분의 말투에서는 순간 자신은 엄청 똑똑하고 논리적이고 왜 그러면 안되는가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나이도 어려 보이는 새끼가 왜 그리 말을 쳐 안듣냐, 내가 운전기사라고 무시하는 거냐, 라는 느낌이 스펀지 물 빨아 들이듯이 내 귓속으로 스며 들었다. 덩달아 심기가 불편해져 "다리 안닿았다고요" 라며 똑같은 말투로 응수해 주었다. 그렇게 소중한 물이라면 왜 땅바닥에다 쳐 박아 두는지 한 번 더 물으려다가 정수기 통을 내 머리위로 던져 버릴 것 같아 참았다.
 내릴 곳이 되어 직원 몇 분이 슬슬 앞으로 나와 있으면 "나와 계시지 마세요. 앞까지 나와 계시지 마세요" 라면서 손으로 제지까지 한다. 다른 승객 분들이야 이 분과의 갈등 구조가 형성되어 있지 않기에 '그러려니' 하면서 넘어 갔을테지만 매일 앞에 앉아 첨예한 대립 관계를 이뤘던 내게는 그 말 한마디도 참 재수없게 느껴졌다. 다른 기사 아저씨들은 아무 신경 안쓰는 일에 대해 유독 말이 많은 이 분, 사람이 참 다양하다지만 뭐가 그리 '꿍' 한지.
 결국 내가 선택한 복수는 인사 안하고 내리기다. 항상 "감사합니다"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지만 왠지 이 기사 아저씨한테는 인사를 하고픈 마음이 싹 사라진다. 오늘은 대형 티비가 있는 버스 였는데 소리도 다 줄여 놓은 채 내내 켜놓더라. 하나가 미우면 열가지가 다 밉다고 감은 눈에 연신 번쩍 번쩍 반짝 반짝 자극하는 티비 속 빛의 변화에 잠도 오지 않았다. 역시나, 오늘도 열혈 독서광이 되어 핸드폰 불빛에 책을 읽었다. 누가 보면 한달에 100권씩 읽는 인간인 줄 알겠다.

 제길. 말이 또 길어졌네. 티비 화면의 변화에 잠도 안오고 뭔 드라마를 틀어 놨는데 붕어처럼 입만 뻥긋뻥긋 거리는 화면을 보고 있자니 처음엔 화딱지가 나다가 다음엔 드라마 속 출연진들을 살피기 시작했고 내릴 때 쯔음엔 드라마의 '구조(?)' 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드라마를 바라보는 우리는 출연진 A와 B의 관계에 대해서, 서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왜 오해가 생겼는지, 왜 이런 생각들을 하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때문에 아쉬워 하고 안타까워 하며 때론 분노한다. 쳐죽일 놈, 나쁜 놈, 불쌍한 것, 사랑스러운 것들. 어쩌면 그래서 더욱 드라마의 몰입이 쉬운지도 모르겠다. 아, 내가 저 사람이라면, 이런 오해들, 이런 생각들, 나를 바라보는 시선들, 얼마나 행복하고 또 즐거울까, 혹은 비련의 주인공이 되어 볼까 라는 착각 속에 나를 그 사람과 동일시 시키며 만족을 얻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말도 안되는 각본들은 이런 생각들이 얼마나 실속 없는지 역시 보여준다. 우리의 눈은 약 180도 정도의 시야 확보를 할 수 있는데 반해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바로 옆에서 누군가 어떤 행위의 장면을 훔쳐 보고 있어도 절대 모르더라. 문을 빼꼼히 열고 일어나는 일을 몰래 보며 서로의 오해가 생기기도 하고 풀리기도 하는 장면은 이제 너무 식상하다. 회사를 다니다 보니 회사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가 얼마나 엉터리인지도 알게 되었다. 그래도 우리는 드라마에 열광한다. 현실에선 할 수 없는 일들이, 현실에선 이룰 수 없는 관계들이, 현실에선 알 수 없는 여러 사람 간의 감정 간 얽힘을 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말이 길었다. 드라마를 보며 말도 안되는 생각을 이어 가다가 오늘 회사에서 있던 일들과 오버랩 되었다. 그토록 하고 싶었던 사보 기자 허가를 받았고 팀장의 허락만 떨어지면 협조전과 함께 바로 기자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 한 달에 두 번 나가는 기사고(안나가는 때도 있다)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기회를 주신 다른 팀 대리님의 인수 인계 격으로 함께 하는 것이기에 부담도 없다고 생각했다. 과장님과 차장님께 허락을 받고 팀장님께 가서 조용히 이야기했다. 그 때 까지 전혀 반대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고 당연히 허락을 받아 기사를 쓸 수 있으리라 믿고 있었다.
 팀장님은 "팀의 맨아워(man hour)를 까먹는 일에는 신중해야 한다" 며 부정적이었고 기사는 퇴근 뒤에 쓴다, 라는 말에 "그 시간에도 일해라" 라는 말로, 주말에 쓰겠다는 말에도 "일 할 생각을 해라" 라는 말로 버티셨다. 그 때 까지만 해도 나와 팀장님간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도 없었고 딱히 부정적이라는 느낌을 받은 적도 없었다. 인사 평가도 그럭저럭 무난했고 회식 자리에서 칭찬 처럼 하는 말에 웃으며 기꺼이 허락할 줄만 알았건만 상황 파악이 아예 잘못된 상태였다. 심지어 팀장님은, 기분이 무척 나쁠 때만 나타난다던 미간 찡그리기를 보이기 시작했고 나의 퇴근 뒤에, 주말에 쓰겠다, 라는 말이 말대꾸처럼 들리셨는지 "일도 제대로 안하... 일을 제대로 할 생각을 하란 말이야. 너 전공도 아니면서 그런걸 왜 하려고 해. 일을 할 생각을 먼저 해야지 일을 안하고 왜 다른 일 할 생각을 하는거야" 라고까지 말씀하셨다. 일도 제대로 안한다, 라는 말을 내뱉으려다 후딱 이성을 되찾고 말을 바꾼 흔적이 역력했다. 내가 일을 제대로 안하고 있다고 생각하신 것이다.
 이 상황이 드라마였다면, 시청자는 내가 팀장님께 말씀 드리러 가는 장면에서 "에휴, 혼나겠네" 라던가 "쟤는 팀장이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나봐" 하면서 조만간 나타날 갈등 구조를 예상했을 것이다. 또한 나의 평소 행동이 팀장에게 어떻게 비췄는지를 바라보며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와 같은 생각을 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드라마를 바라보며 감정 이입을 하는 것도 실속이 없지만 현실을 살면서 내 입장에서만 세상을 바라보고 생각하는 것 역시 참 실속 없는 짓이었다. 세상은, 나만 사는게 아니니깐. 회사를 참 쉽게 생각한 못난 것. 또 하나 배운 것인가.

 담배 한 대 태우고 이를 닦으니 잇몸 염증이 또 꽈리를 틀고 머리를 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지난 번에는 치료 받고 나서 꽤 오랜 뒤에 생기더니 이번엔 단 며칠만에 나타나다니. 눈 밑이 파르르 떨렸다. 나트륨, 비타민 부족이라는 말에 "실험실에 있는 나트륨 갈아서 마시면 되죠?" 라는 썰렁한 농담으로 휴식 시간을 마치고 자리에 앉아 일도 제대로 안하는 원씨는 일하는 척을 하기 시작했다. 마침 산학과제 회의 자료 검토가 들어왔고 집중이 안되 내일 오전까지 보내주겠다며 슬쩍 뒤로 밀었다. 나, 일 제대로 안하는거 맞구나.

 힘들었을 때, 대학 다닐 때는 날 생각해 주는 친구들이 참 많았다. 자기 일에 바쁘기 보다는 옆에 있는 친구를 먼저 생각해 주는 듯한 모습에 "타인은, 내가 생각하는 것 만큼 나를 생각하지 않는다" 라는 말에 수긍하면서도 한 켠으론 걱정을 받으며 힘을 내곤 했는데 모두가 자기 앞가림 하기 바쁜 이 공간에서 나의 '힘듦' 은 투정일 뿐이다. 연대 나와서 삼성전자 들어가 매일 3교대 하며 "나 연대 나왔거든!" 이라는 말과 함께 챔버를 닦다가 결국 결혼해 열심히 3교대 하고 계신다는 회사 선배 친구의 일화가 생각난다. 이렇게 살다가 결혼하고 회사에 매달리며 사는 것이 인생일까. 아직 젊은건지, 어린 건지, 아님 생각이 모자른건지, 좋은 직장, 많은 연봉에 배가 쳐 불러 생각해 보면, "정말 이건 아닌 것 같다"
 예고편도 없는 현실에서 내일을 기대하며 눈을 감는 날이 언제쯤 올 수 있을까. 내일의 현실은 딱 보니까 너무 즐겁고 밝네, 라는 기분은 과연 어떤 기분일까. 발버둥 쳐 봐도 내가 속한 현실을 벗어나기는 참 어렵다는 것이 바로 이곳 인생일텐데. 아, 이런 말 하기 정말 싫고 쪽팔린데, 먹고 살기 참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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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덕현 2010년 03월 19일 08시 25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시 이래서 대기업다니는 사람이 외국계로 오는구나.

    대기업에서 감히 해 보지 못하는(Cost problem) Trial & Error 에 넉넉하고, 상사에게 할 말 다하는 것을 보면 분명 외국계는 천국이다.

    하지만, 여기도 모순과 부정, 수 많은 갈등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원씨~.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곳에서 정규직으로 다니고 있음에 감사하며 힘내삼.~^^

    욱해서, 외국계 와도 고생은 똑같다. ㅋㅋ

    • 원씨 2010년 03월 22일 00시 11분  댓글주소  수정/삭제

      ㅋㅋ 그렇겠지? 내가 너무 배부른 소리를 ㅠㅠ

      휴.. 암튼 고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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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차

직장 2010년 03월 12일 00시 24분

 주5일 근무가 시작되기 전에 사람들은 어찌 토요일에도 출근 할 생각을 했을까. 실제 공익시절 매주 토요일에 출근하다가 어느 날 부터인가 격주로 바뀌었을 때 미친듯이 날뛰며 군대에 있는 친구들을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러더니 해제 1년여를 남겨두고는 주5일 근무로 변환, 다시금 뺑이 치고 있을 친구들을 일부러 끄집어 낸 적이 있었다. 공익이야 그렇다 쳐도 돈을 벌기 위해 주 6일 근무를 해야 했던 많은 이들은 어찌 어찌 견뎌 냈을까.
 혹 누군가 이런 소리를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점점 가면서 일을 안한다고, 옛날엔 참 열심히 일했다고, 주5일 근무, 주 44시간이 뭐 그리 대수냐고, 1년 휴일 다 합하면 150여일이 된다고.
 그때와 지금의 생산성 차이는 얼마나 될까. 70~80년대 고도의 경제 성장을 하던 시절과 4%만 이뤄도 꽤 높은 성장율을 찍을 수 있는 지금 그 차이가 의미가 있을까. 당시 그렇게 열심히 일했기에 지금 우리가 이만큼 누리는 것일까. 일단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논쟁 거리가 될 수 있으니 여기서 그만.
 어쨌든, 만약 회사가 내게 1.5배의 돈을 더 줄테니 주말을 반납하라고 한다거나 매주 토요일 근무를 요구한다면 난 가열차게(!) 거절하련다. 예전(?) 사람들이야 어땠는지 몰라도 지금 내 또래 세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의 생활을 즐길 시간이다(물론 회사내에서는 안그런 또래들도 있다). 그 시간이 꼭 '생산성' 을 증가 시키는 일이 아니어도 된다.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한다면 좋겠지만 그것이 아니더라도, 뒹굴며 티비를 보고 하루 종일 잠만 쳐 잔다 하더라도 그것이 삶의 만족감을 가져다 준다면(그것이 바로 나 자신에 대한 생산성의 증가가 아닐까) 기꺼이 회사 일 보다는 나의 삶을 우선시하련다.
 뭔 말인지 정리가 안되는데 한줄 정리로, 내일 나는 월차라는 소리다. 회사를 안나간다는 것이다. 으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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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yunss 2010년 03월 13일 17시 58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옳소!

    단돈 백만원을 벌더라도 자기시간 컨트롤할 수 있으면 천만원가치 있는거 아닐까

    백년만에 여기 들어와본다 원씨님;;

    • 원씨 2010년 03월 16일 01시 03분  댓글주소  수정/삭제

      나도 그렇게 생각해;;; 아 졸립다... 난 오늘 내 시간 한시간 컨트롤 못하고 또 이제야 잠들어.. 안뇽 현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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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

원씨 2010년 03월 09일 00시 29분
 끊었던 담배를 다시 물며 뭐라도 되는 것 마냥 갖은 오만상을 찌푸리며 후~ 하고 뿜어냈다. 담배를 태운다고 딱히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도 아닌 것 같고, 내게 담배는 그냥 있는 폼 없는 폼 잡으려고, 나 지금 힘들거든 혹은 나 지금 짜증나거든 이라는 표정과 함께 그것을 날려 버리는 듯한 자기 최면의 한 행동이 아닌가 싶다. 딱히 스트레스를 해소할 만한 다른 것도 없고 기분이라도, 생각이라도 지금의 상태를 잠시 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의식적인 행동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쪽팔리게 나이 29에 겉멋 들었나보다. 끊었던 기간이 아깝기도 했지만 그만큼 독한 인간도, 절제력이 있는 인간도, 나 자신에게 행한 약속을 철저히 지키는 인간도 못된다는 반증이다.
 
 공부 한답시고 도서관에 앉아 책을 들여 보다가 '에이 씨팔, 내가 지금 이게 뭐하는거야' 라는 생각으로 가방을 쌌다. 친구에게 전화해 보니 다행스럽게도 술 한잔 하고 있단다. 잇몸에 염증이 생겨 의사 선생님이 열심히 칼로 난도질을 해주셨고 그 위에 빨리 아물라고 엿가락처럼 끈적끈적한 연고를 살포시 얹어 주었건만 뭔 용기인지 '뭐 어때' 라는 생각으로 청하를 1병 넘게 비워 버렸다. 평소 겁이 많아 의사 선생님 말은 하늘같이 떠 받들었던 내겐 커다란 변화였다. 거기에 담배까지 함께 물어 버렸으니 아물어 가던 염증 부위의 살들이 깜짝 놀랐겠다. 술 한잔 땡기네, 라는 말로 내 행동을 합리화 했지만 내 마음, 내 상황 하나 컨트롤 하지 못하고 지금은 공부할 기분이 아니니깐, 하기가 싫으니깐, 주중에 많이 했으니깐, 이라는 말로 정당화 거리나 찾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그저 그런 인간이었던 거다.

 회사에서 열처리한 알루미늄의 조직 사진 관찰을 위해 몸에 별로 좋아보이지 않는 알루미나를 미친듯이 쳐 마셔가며 폴리싱을 했다. 아침에 4시간, 오후 4시간. 도합 8시간 동안 앉았다가 일어섰다가 반복하며 행여나 스크래치가 생길까 100방 600방 1000방 살살 넘겨가며 폴리싱을 했다. 결국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는데 8시간 동안 사무실에서 나와 실험실에 내내 있었으니 마음 한 켠에 행여 차장님이나 과장님이 '이 새끼는 일 안하고 어딜 이렇게 싸돌아 다니는거야' 라는 생각을 하지나 않을까, 걱정이 밀려왔다. 딱 두 번 쉬었고 그 시간도 10분을 채 안넘겼던 것 같은데. 지나가던 대리님이 "다 했냐?" 라고 물었고 "반 살렸어요" 라며 기쁘게 웃었다. "회사가 참, 중요한 건, 너가 한 일을 잘 알리는것도 중요해. 잘 생각해봐. 어떻게 얘기를 해야 너가 열심히 일 했다는 것을 알릴 수 있는지" 대리님의 말씀에 행여 "너 어디갔다 왔냐" 라고 물으면 뭐라 대답할까를 고민하다 피식 웃어 버렸다. 내가 당당한데 왜 눈치를 봐, 라는 대인배 조차 못되는 인간이었나 싶으니 씁쓸했다.

 "섭섭아, 피부가 안좋아 보인다. 스트레스 많이 받아?"
옆 팀 대리님이 엘레베이터에서 만난 내게 걱정하듯 물었다. 모공이 커진 것 같아, 라는 말에 "괜찮아요 크크크. 요새 스트레스 많이 받나봐요 흑흑" 하며 어리광(!)을 부렸지만 엘레베이터를 내리며 버튼 부위의 비치는 작은 공간에 슬쩍 얼굴을 확인했다. 외모라는 것에 대해 이제는 어쩔 수 없으니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나름의 개똥철학이 있었는데(일찍이 포기했다는 얘기다) 지나가는 한 마디에 '오늘 집에 가서 팩이라도 붙여 볼까' 라는 생각이 무의식 중에 튀어 나온 것을 보면 나도 별다를게 없는 인간이다.

 작은 일 하나하나에 생각을 주입시키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냥 지나칠 일들에 대해 의미를 부여해 보니 나 역시 그저 그런 인간이었다. 은희경의 '마이너 리그'를 읽었을 때가 문득 생각난다. '아, 왜 저러고 살까' 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과 우월감, 나는 남들과 다를 거라는 환상과 착각속에 빠져 사는 것이 우리네 인생. 발버둥 쳐 봤자 지금 이 곳에서 벗어날 확률은 크지 않은데도 품게 되는 '헛된 희망'들. 그러고 보니 이렇게 돌아가는 이유가... 판도라 이 개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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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인간

직장 2010년 03월 06일 00시 28분

 '책' 으로 친해진(?) 옆 팀 대리님이 실험실에서 조직 사진 관찰하겠다고 현미경 앞에 두고 열라게 뺑이 치고 있는 내게 물었다.

"섭섭아, 넌 꿈이 뭐냐"
"사람답고 인갑답게 사는거요"

누군가 언제 이런 질문을 한다며 대답하려고 진짜 오랫동안 생각만 하던건데 멋지게 써먹을 때가 왔다. 훗.

"뭔 의미야?"
"사람이 동물과 다른 점은 이성이 있다는 거잖아요. 전 이성을 챙기고 살아가고 싶어요. 그리고 인간은, 사람인, 사이간,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것이 인간이잖아요. 어디서나 잘 어울리고 함께 살 수 있는, 함께 살고 싶은 존재가 되고 싶어요"
"....."
"....."
"그래서 넌 인간이냐 사람이냐"
"....."
"....."

 거창하게 인생의 목표를 정해 놨다만 정작 실천은 개뿔도 못하고 지낸다. 올 해 29. 내년엔 30. 그런데 아직도 자신이 찌질하고 애처럼 느껴지니. 그러고 보니 블로그에 이런 글을 참 많이도 올렸다. '이제 정신차리자' '열심히 살아보자' '사람답게 살자' '나이를 뒤로 먹었냐' 등등.
 사람답게, 이제 다시는, 블로그에 이딴 글 안올린다. 제길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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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덕현 2010년 03월 07일 17시 21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갑자기 중학교 때 담임이 부르던 노래가 생각난다.

    7人 歌

    人아 人아 人하라.

    人이면 人이냐, 人이라야 人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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