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단협 타결 소식과 함께 다시 두둑해질 통장을 껴안고는 아침형 인간이 되어 가기 위해 셔틀버스에서도 기를 쓰고 잠을 참는 원씨. 신입사원 티를 내기 위해(누가 알아주지도 않고 있긴 하지만) 시간이 남음에도 연구소에 도착해 아침밥을 먹지 않고 바로바로 사무실로 튀어간다. 튀어간다기 보다는 드넓은 연구소 중간에 위치한(?) 파일럿2동으로 버스를 타고 또 이동. 사무실에 들어가는 시간은 7시 45분 정도. 다행히 그룹장이신 차장님도, 내 뒷자리에 계신 실장님도 아직 도착하지 않으셨다. 셔틀을 타고 출퇴근을 하기에 입사 전 많이 들었던 “신입사원으로서 일찍 출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적지만 그래도 혼자 보이는 눈치는 어쩔수가 없다.
오토웨이에 접속, 신입사원 사이버 교육을 받으라는 부장님의 메일을 확인하고 나니 할 게 없다. 나보다 6개월 먼저 입사한 선배사원님과 살짝쿵 인사를 나누고 8시 업무 시작을 알리는 종과 함께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tv의 간고등어 같은 몸매를 가진 사람들을 따라하며 몸풀기 운동을 시작한다. 선행생기실 신입사원 넷은 부랴부랴 회의실로 이동, 이번 주 내내 이어지는 센터교육을 위해 자리를 잡고 우리를 담당하는 대리님이 오실 때 까지 다소곳이 앉아 대기한다. 대리님과 교육을 담당하시는 차장, 과장님께서 들어오시면 “안녕하십니까” 라며 절도있게 인사를 한 뒤 연이은 교육이 시작된다(딱히 교육이라기 보다는 센터 소개인데 밀려오는 졸음을 참기 위해 허벅지 안쪽 살을 미칠듯이 꼬집곤 한다).
소재개발 그룹장이신 차장님께서 어제 “내일 선배사원과 면담 좀 합시다” 라는 말씀을 남기셨는데 점심을 먹은 뒤에 바로 실험실 견학이 있어 찾아뵙질 못했다. 모든 교육이 끝나고 부리나케 뛰어가니 출장중이시다. 소심한 원씨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음에도 행여나 밉상으로 찍히지는 않을까 우울 모드로 가라앉다가 “가족의 날이에요. 빨리 가요” 라는 선배사원의 말에 함박 웃음을 지으며 퇴근 버스에 올랐다. 집에 도착하니 6시가 살짝 넘어간 시간. 내릴 때는 차를 잘못탔는지 내리려는 내게 버스 기사 아저씨가 “다음부터는 성포라고 써 있는거 타세요” 라는 말에 또 다시 샐쭉. 오늘도 하루가 갔구나.
어찌저찌, 하루하루, 날은 가고 그룹 연수도 끝이 났고 이번주면 센터 교육도 끝이 나며 내가 맡을 일도 정해진 듯 보인다. 내일이면 그룹장님과의 면담이 이어질테고 본격적인 회사 생활을 위한 준비과정도 슬슬 끝을 보고 있다. “이번주만 빨리 퇴근하세요” 바로 옆 부서 동기에게 차장님이 말씀하셨던 것 처럼 평균 퇴근 시간은 마음 편하게 9시 막차로 생각하고 있으니 꺼리낄게 없이 편하다. 이렇게 직장인이 되어 간다고 생각하니 그저 웃음이.
교육을 받으면서 20여년 근무하신 과장님, 차장님들의 인생 선배로서의 말씀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자신의 분야에서는 최고의 전문가를 자부하시는 분들의 회사 생활은 쉽게쉽게 이어진 것이 아닌 것만은 확실한 듯 하다. 그렇다면 내게 부족한 것은 무엇일까.
대학원 진학을 포기하고 그토록 꿈꾸던 ‘기자‘가 아닌 ‘공학사‘의 학력으로 절반이 석박사 출신인 이곳 연구소에서의 생활 서막이 흐르고 있다. 내가 진정 원하던 일은 무엇일까, 나는 어떠한 목표를 갖고, 신입사원이 갖고 있다는 열정과 패기, 도전정신을 어떤 곳에 쓸 수 있을까. 학사 출신으로서의 한계를 언젠가는 느끼지 않을까. ‘일의 법칙‘은 내게도 적용될까. 내가 중간에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건덕지라도 있는 놈이었던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내가 선택한 이 길을 조곤조곤 따라가는 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인 것은 확실할 것 같다. 다만 그 길을 마지못해 걸어가느냐 힘차게 두 발을 내딛느냐의 차이는 모두 내가 하기 나름일 것이다. 아직 많이 어리버리하고 어쩔 줄 몰라하며 신병처럼 군기 바짝 든 어벙벙한 모습 뿐이지만 언젠가는 또 이 때의 나를 회상하며 낄낄 거릴 날도 오지 않겄나 라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이제 슬슬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해야겠다. 그나저나, 차장님들께서 해주신 말씀 들 중에서 가장 마음에 와닿는 한 가지를 정리하면,
“이 친구는 35살 대리인데 아직도 장가를 못갔지. 조심해. 너네도 그럴 수 있어. 그런데 여자친구는 다들 있냐?”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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