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 생산기술선행개발팀. '학생' 이라는 신분과 가족의 울타리 속에서 살아왔던 지난 27년이라면 아침 10시, 남양연구소의 검문소를 지나 임시 출입증을 받았던 그 순간부터 원씨는 독립된 성인(물론 머리는 성인이라 할 수 없지만), 앞으로 나의 미래를 설계할 곳으로의 첫발을 내딛는 어엿한 직장인이 되었다.
달라진 것은 없었다. 바쁘게 움직이는 많은 선배님들을 지나 회의실에 도착, 출퇴근 버스와 연구소 내 식당 및 생활에 관한 간단한 소개를 받고 차장님과 짤막한 대화를 나눈뒤 부장님이 오실 때 까지 대기. 결국 점심을 먹고 부장님과의 두시간의 면담을 끝으로 부서로 이동했다.
부서로 이동한 뒤에도 팀 부장님과 마주 앉아 인사를 하고 차를 한 잔 마시고 팀장님(?)께 인사드린 후 음료수 한 잔 더 마시고 옆 부서 부장님과도 어색하게 마주 앉아 한 잔의 커피를 마셨다. 경직된 자세에 부장님께서는 "여기 군대 아니야. 편히 앉아" 하시는데 어디 그게 마음대로 되나. 곧은 자세로 허리를 피고 앉아 앞에 있는 커피에는 손도 못댄채로 고개를 끄덕이고 대답을 이어갔다. 많은 것들이 우선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신기술, 특허라는 부분에서는 '학부 출신인 내가..' 라는 생각에 겁부터 났고 프로그래밍과 고분자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학창시절에 전공 공부 좀 열심히 할걸' 하는 아쉬움이, "왜 이때 왔냐" 라는 한숨속의 선배 사원의 말은 뜨끔함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신입사원'으로서의 열정과 패기는 어느 누구 부럽지 않을 정도라고 자부한다. 뱃속은 뒤틀리고 화장실 가고 싶어 죽겠는 바로 그 순간에도 얼굴에는 진지한 표정을 겸비하고 손에는 펜을 들어 부장님의 말씀을 열심히 필기했고 순간순간 고개도 끄덕였으며 옆 부서 부장님과의 면담을 마치고 엉거주춤 일어섰을 때 부장님의 "야 왜 커피 안마셔?" 라는 말에 동기 친구와 함께 그 뜨거운 커피를 두 모금에 들이켜 버렸으며(부장님왈, 얘는 커피를 냉수 마시듯 마시네) 팀장님(?)과의 면담이 끝난 뒤에도 "음료수 왜 안마시냐" 라는 말에 소주 원샷하듯 거침없이 고개를 뒤로 제꼈다. 어깨에는 언제나 힘을 주어 빳빳함을 유지했으며 시선처리가 어렵기에 앞만 보고 걸어 다녔다. 수천명의 직원 중 양복에 넥타이까지 차려입은 우리 셋은 누가봐도 '저 신입사원입니다' 를 연발하며 다니는 듯 했고 어리버리함이 나 스스로도 느껴질 정도였지만 '신선함'을 풍겼다고 자부(?!)해도 될까 모르겠다.
마지막, 부장님의 한 마디가 머릿속에 남는다. "학생때는 돈 내고 공부했지? 회사는, 돈을 받고 공부하는 곳이야" 다시 타이트하고 조금 더 경제적인 시간 활용과 능력 함양을 위해 매진해야 할 때라는 것을 직감했다. 한없이 부족한 신입사원이지만 능력으로 인정받게 되는 그 날까지, 여자친구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도 될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배우고 공부해야 할 것이 많음을 느낀다.
그래도, 열정과 패기로 똘똘 뭉친 신입사원이 아니더냐. 그런데 이상황에서,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부서 생활을 앞두고 '그래도 제주도는 다녀와서 열심히 해도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문득 머리를 때리는 것을 보니, 아직 멀었다 이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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